[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굽이굽이 산줄기가 겹겹이 쌓인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4일 03시 00분


아흔아홉골


순상(楯狀)화산인 한라산이 멀리서 보는 것처럼 방패나 삿갓 모양같이 단순하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묘하고 진기한 형상이 나온다. 그 가운데 제주시 아흔아홉골(사진)이 대표적이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산줄기가 겹겹이 쌓인 모습이다. 조면암질 용암이 분출한 이후 격한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먼 옛날 100개 골짜기였는데 중국에서 온 스님이 맹수를 한 골짜기에 몰아넣고 사라지게 한 이후 아흔아홉골이 됐고 제주에는 맹수나 큰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늘에서 보면 한라산 정기가 아흔아홉골을 따라 제주 시내로 흘러 내려가는 듯하다. 어승생악(해발 1169m) 동쪽에 치마 주름처럼 퍼진 아흔아홉골 끝자락에 조계종 사찰인 천왕사가 있다. 천왕사 인근 골짜기에는 조그만 암자인 석굴암이 있다. 이 사찰과 암자는 진학, 취업 등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충혼묘지 주차장에서 석굴암까지 1.5km 탐방로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다.

아흔아홉골에는 기묘한 암석과 함께 수피가 붉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생해 낙락장송의 풍치를 보여준다. 비가 올 때면 수많은 폭포가 만들어지는데 천왕사 남쪽 ‘선녀폭포’가 유명하다.

아흔아홉골 안에서는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고 체력 소모가 심해 무턱대고 들어가면 혼쭐이 난다. 한라산국립공원 구역이어서 석굴암 탐방로, 천왕사를 제외하고는 무단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아흔아홉골#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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