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혐의에 대해 뇌물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조만간 시작될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의 2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4일 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방조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3명의 전직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36억5000만원이 뇌물이라고 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수수가 아니라 국고를 손실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안 전 비서관 등의 사건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이 주장을 이어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는 뇌물이고, 안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분담했기에 뇌물수수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고리 3인방’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사건 1심의 판단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36억5000만원 중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2억원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이 2억원은 박 전 대통령이 추석에 생각지도 못하게 받자 ‘흡족해했다’는 진술이 나왔던 그 돈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 보도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받아오던 국정원 특활비를 중단했다.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 측에 ‘대통령이 어려우니 명절에 쓸 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전 원장은 2억원을 건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자진해 교부했고, 다른 특활비와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매월 교부하던 1억원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에 사용하라고 의례적으로 주고받기는 고액이고, 국정원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2억원을 준 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이 돈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교부한 뇌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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