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문정욱 전 국정원 국장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 송모씨와 서초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이던 김모씨는 각각 벌금 5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정보 수집에 관여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먼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취득한 것은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첩보는 우연한 기회에 수집된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채 전 총장과 주변 인물에 대한 첩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했을텐데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받은 것은 인정된다”며 “신원조사 차원에서 진행한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국정원법 어디에도 그런 수집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첩보를 보고받은 남 전 원장에 대해서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보고 받았을 때 ‘남자 허리 아래의 죄책은 묻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점을 비춰보면 이 같은 불법 정보 취득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진술이나 국정원장의 역할, 국정원의 상명하복 문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남 전 원장이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부담한다는 점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 국정원 전직 직원들과 서초구청 직원,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국정원 간부가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 사건 아동과 어머니가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범죄의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과 서 전 차장, 문 전 국장은 2013년 6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첩보를 듣고 부정한 목적으로 국정원 정보관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한편 남 전 원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