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47) 교수를 흉기로 숨지게 한 박모(30·구속)씨의 계획범죄 여부 규명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압수품 중 휴대전화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강북삼성병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강북삼성병원에서는 박씨의 이 병원 진료기록을 확보했고, 건강보험관리공단에는 박씨의 전체 진료내역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또 경찰은 같은 날 유치장에서 박씨 휴대전화, 박씨의 주거지에서 그의 컴퓨터를 압수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를 밝힐 주요 단서로 꼽히는 박씨의 휴대전화 분석은 난관에 봉착했다. 박씨가 휴대전화 잠금장치 해제에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박씨 휴대전화는 비밀번호 방식으로 잠금설정이 돼 있다.
휴대전화가 지문 인식으로 잠겨있을 경우에는 설정자가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강제로 열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밀번호나 패턴으로 잠겨있을 경우 강제로 잠금을 풀 방법은 없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및 패턴은 컴퓨터처럼 포렌식도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기는 했지만 박씨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분석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진료기록과 달리 박씨의 범행 동기나 계획적 범행 여부 규명을 위한 중요 압수품이다.
줄곧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 박씨 상태를 감안했을 때 향후 협조할 가능성도 낮아 보이는 상황에서, 주변인 조사나 컴퓨터에서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정확한 범행 동기나 계획 여부는 오리무중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조사에서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한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며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는 횡설수설 중 나온 진술 중 일부이기 때문에 범행동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박씨는 사건 당일 현장에서 체포된 후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4일 “자료 분석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특별히 조사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 중이던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수년 전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당시 주치의가 임 교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는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곧바로 수술을 받았으나 흉부를 크게 다친 탓에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결국 숨졌다. 임 교수의 발인식은 4일 오전 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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