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경기 파주시 서현추모공원.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의 유골함이 안치되고 유리문이 닫히기 직전 임 교수의 어머니는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담담히 말했다. 평소 자신의 허리 통증을 참아 가며 환자 진료에 매진해 온 임 교수에게 어머니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추모공원에서는 임 교수의 아내와 두 아들을 비롯한 유가족과 동료 의사 등 100여 명이 임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있은 임 교수의 발인에서 고인의 영정을 들고 말없이 앞장섰던 임 교수의 큰아들은 안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유골함 앞을 떠나지 못했다.
임 교수의 장례식부터 발인까지 함께한 한 동료 교수는 “발인 때는 아내분이 많이 우셨는데 안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임 교수의 어머니가 ‘바르게 살다 가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있은 영결식은 “마지막을 조용히 모시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신관 15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곳은 진료실과 함께 임 교수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이다. 영결식 후 유가족과 장례준비위원회의 의료진 등 20여 명은 임 교수가 평소 근무한 병원 본관 3층과 진료실을 한 바퀴 돌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간호사는 “아들이 영정을 들고 3층을 돌았는데 당시 주변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울었다. 나도 고개를 숙인 채로 흐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적십자병원에서 열린 발인에는 유가족과 동료 의료진 등 40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임 교수를 추모했다. 임 교수의 관이 영구차에 실리자 아내는 관을 붙잡으며 오열했다. 발인을 지켜본 강북삼성병원의 한 교수는 “연말에 혼자 진료를 하다가 이런 일을 당해 마음이 정말 아프다”면서 “선배인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후배였다”며 생전의 임 교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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