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원세훈·김재철, 징역 4년 구형…“헌법 침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7일 15시 40분


이명박정부 시절 방송 장악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재철(66) 전 MBC 사장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7일 열린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정보수장과 MBC 사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인들을 퇴출시켜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방송 장악을 시도해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방송 장악 시도는 MBC정상화 전략 문건이 발견돼 드러났다”며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다수 증인들의 증언으로 피고인들이 치밀하게 사전에 공모해 방송을 장악한 사실이 밝혀졌다 할 수 있다”고 구형의견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해 누구를 탓하진 않지만, 전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 생각하고 일했다”며 “국정원은 제가 근무해본 기관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관여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정원 직원들이 다른 기관에 출입하며 업무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간섭한 직원들을 감찰해 징계까지 했는데 제가 나서서 (공소사실대로) 지시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재판을 받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 제 이 답답한 심정을 살펴봐 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 역시 “원 전 원장이 방송인 김미화씨 등의 퇴출이나 PD수첩 교체를 지시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이는 국정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원 전 원장의 구체적 지시로 보기 어렵고 3차적 공모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도 최후진술을 통해 “MBC정상화 전략 문건은 본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저도 여기(법정)에 와서 처음 봤다”며 “저는 오직 어머니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밖에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과 언론이 순차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처해주면 앞으로도 사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김 전 사장의 공모에 대해 어떤 증거도 없이 순차적 공모관계를 다소 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김 전 사장 취임 이후 새로운 경영진의 경영적 판단이 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MBC 노조에 방송 제작과 무관한 교육을 받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경위든 자백하고 반성한다”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점을 고려해 최대한 관대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원 전 원장은 김 전 사장과 공모해 2011년 3월 MBC ‘PD수첩’ PD 8명을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등 방송 제작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같은 해 4월 MBC 라디오 제작본부장을 통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방송인 김미화씨 사퇴를 요구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사장의 경우 2012년 8월~2013년 5월 MBC 노동조합원 96명의 노조 활동이 곤란하도록 교육·재교육·재재교육 등을 명령해 노조 운영과 활동에 개입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2008년 PD수첩 광우병 보도 등으로 지지도 급락을 경험한 뒤 방송 장악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추명호(56)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최윤수(52) 전 국정원 2차장은 지난 3일 각각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미화씨 퇴출 관련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는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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