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쓰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우려를 전달했다.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9일 성명에서 “국방부 결정은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 사회는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병역거부에 대해 ‘병역의무가 인정되는 징병제 국가에서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로 ‘양심’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며, 인류의 보편적 이상과 연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 공통의 염원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고 기타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사람이 2000년 이후 80여명에 이르는 점은 병역 거부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을 이유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병역거부에) 양심·신념·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해 12월28일 대체복무 관련 정부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는 군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한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는 방안으로 정해졌다. 가장 관심을 모은 복무기간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소지가 없도록 현역병(육군 18개월 기준·2021년 말까지 단축)의 2배인 36개월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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