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타 심석희도 당했는데…말 못하는 ‘보통 선수’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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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9일 17시 18분


심석희(좌), 조재범(우).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심석희(좌), 조재범(우).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인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38)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심석희의 폭로로 사제 간 주종관계나 다름없는 국내 체육계 특성상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석희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지난해 12월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8일 밝혔다.

심석희는 법무법인을 통해 고등학교 때인 2014년부터 조 전 코치가 강제추행은 물론이고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심석희의 폭행 피해가 처음 알려졌을 당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며 충격을 줬다. 그러나 폭행에 이어 성폭행 피해 주장까지 나오면서 대중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심석희는 이름만 대면 모든 국민이 알만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스타다. 심석희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획득,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심석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 등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쇼트트랙 에이스이자,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계적 스타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가 뒤늦게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자, 일각에서는 사제 간 위계를 앞세워 주종관계에 가까운 구조가 형성되는 체육계의 환경 문제가 아니냐며 어두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심석희처럼 이름있고 영향력 있는 선수마저도 그동안 나서서 피해를 주장하지 못한 체육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심석희와 비슷한 피해를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다수일 거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전국의 일반 등록 선수 및 지도자 1201명과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791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해 지난 8일 발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1.7%, 일반 등록 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2.7%로 나타났다.

성폭력 외의 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일반 선수 26.1%, 국가대표 3.7%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간 알려진 체육계의 폭행 사건 등에 비해 폭행 경험 비율이 낮게 집계된 것 아니냐며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조사 방법이 일대일 대면조사였다. 조사원이 얼굴을 맞대고서 성폭행당한 사실이 있냐, 폭행당한 사실이 있냐 이걸 물어보고 조사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선수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가 정말 인권이나 성폭행에 대해 깊이 있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조사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9일 “이 사건은 그동안 정부와 체육계가 마련해왔던 제도들과 대책들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의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오는 10일 체육계 성폭행 및 폭행 근절을 위한 ‘심석희법’을 발의하겠다고 알렸다.

관련 법안 제정과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는 폐쇄적인 구조,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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