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38)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계의 특성상 군(軍)하고 유사하다. 대단히 폐쇄적이고 상·하 관계가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할 경우에 자신의 경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표 의원은 “사실은 저에게도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전후로 해서 익명의 제보들이 많이 들어왔었다”며 “쇼트트랙 같은 경우 특히 어린아이부터 합숙하다 보니 심석희 선수가 묘사한 방식과 대단히 유사한 방식으로 폭행 및 성폭행 피해를 겪었다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계 폭행 및 성폭행 발생 사례는 “종목 불문”이라며 “작년에 알려진 것만 보더라도 2월에 테니스, 3월에 리듬체조, 태권도, 또 바둑 등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며 실태를 지적했다.
표 의원은 “나름대로 (사건이) 불거지면 (체육회나 각 연맹에서) 대응을 하고 조사를 하기는 한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지적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체육계가 너무 폐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인맥 중심으로 협회 그리고 코치, 감독, 대학 진학 문제 등 이런 게 다 연결돼 있다보니까 진실이 밝혀지는 예가 거의 없다”며 “묻히게 되고, 무마되고, 가벼운 징계를 받고 떠났다고 다시 복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본 피해 선수들은 ‘내가 문제를 제기해봤자 결국 가해자들이 상처 입기보다는 피해자가 더 상처 입는 구나’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문제 해결이 잘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졌던 것”이라고 밝혔다.
표 의원은 “통계상으로 보면 성폭력이 그나마 밝혀져서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나 코치, 감독들이 (징계 직후 복귀하는 비율이) 38%다. 나머지도 바로 그 자리로 복귀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방의 협회라든지 또는 민간 일자리라든지 같은 종목 스포츠계에서 일자리를 또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표 의원은 “우리 스포츠가 워낙 국제 성적도 좋고 하다 보니까 지도자들이 외국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문제가 야기돼도 외국으로 나가면 환영을 받는다”며 “그러면 피해 선수들이 국제대회 나가서 외국의 코치나 감독으로 있는 가해자들을 만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스포츠계 폭행 및 성폭행 실태와 관련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종목, 해당 지역, 해당 국가대표에게만 조사를 실시하고 전수 조사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상당히 패착이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 크게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등 처벌 강화(원 스트라이크 아웃 확대 적용 및 국내는 물론 해외 취업 금지 추진) △민간 주도로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위 특별조사 실시(체육단체 전수 조사)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보호를 위해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내 ‘체육분야 성폭력 전담팀’ 구성 △선수촌 합숙훈련 개선과 인권 상담사 상주 등 예방책 마련 등을 대책으로 세웠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런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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