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관계 동영상 화면을 사진으로 찍은 건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니기에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안동범)는 1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6·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를 이용한 이씨의 촬영 혐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씨가 ‘내 인생 이렇게 만든 대가 당신도 치러야 한다’는 등 헤어지자는 내연남에게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이씨는 손님 A씨(45)와 내연관계로 지내다가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A씨와 그 배우자에게 A씨와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전송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타인의 신체를 직접 찍은 것만 촬영물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뒤, 이 촬영물을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상영·배포 등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이씨 측은 다른 사람의 신체가 아니라 그 신체가 나온 ‘동영상 화면을 찍은’ 사진은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법을 넓게 해석해 이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원심의 유죄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가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뒤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