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농성 426일’ 파인텍 노사, 20시간 교섭 끝 극적 합의…“고용승계·노조 인정”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1일 08시 32분


스타플렉스 대표 파인텍도 경영…7월1일 공장 가동
차광호 지회장 “굴뚝 동지 생각…더 나은 길로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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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기간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조가 모기업 스타플렉스 측과 20시간여에 걸친 밤샘 교섭 끝에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현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 등의 노사 합의 내용을 밝혔다.

차광호 파인텍지회장과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이상 노측),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와 강민표 파인텍 사장 등은 전날(10일) 오전 11시부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6차 교섭을 진행했다.

날짜가 바뀌고 밤을 지새우며 꼬박 협상에 돌입한 끝에 양 측은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차광호 지회장은 “굴뚝 위에서 426일을 견뎌냈고, 그것이 부족해 단식까지 했어야했다. 합의안은 아직 부족하지만 굴뚝에 있는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늘 합의가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세권 대표도 “그동안 국민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합의는 원만하게 했다. 이 아침까지 노고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많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의 새로운 대표직을 맡아 파인텍을 경영한다. 이는 노조 측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다.

이에따라 파인텍 공장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7월1일부터 정상가동된다. 고공농성자 2명을 포함한 파인텍 노조 조합원 5명은 2019년 1월1일부터 공장가동 전까지 6개월간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받는다. 이들에 대한 고용은 올해부터 최소 3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노사는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올해 4월30일 이전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1000원을 더한 금액이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이다. 추가 연장시간에 대해서는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는 이번 합의와 함께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는 집회와 농성을 중단하는 한편 시설물과 현수막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이로써 2017년 11월12일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지 426일,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인 지 5년여만의 일이다.

이번 사태는 스타플렉스가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경영 악화로 정리해고 등 청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당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 등은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다음해 7월까지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는 ‘파인텍’이라는 법인을 신설해 최후에 남은 11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단협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단협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장 역시 8개월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017년 11월12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이날까지 426일째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파인텍 노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총 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의견차만을 확인했다.

고공 농성 중이던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4차 교섭 직후인 지난 6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강수를 띄웠다. 이에 사측 또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승계가 회사 경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맞서는 등 양측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위원장을 비롯해 종교계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지난 9일 5차 교섭이 성사됐고, 이튿날 6차 교섭이 진행된 이후 밤샘 교섭 끝에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

공동행동 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고공 농성장 앞에서 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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