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前대법원장 “법관들 수사기관 조사, 참담…제 부덕의 소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1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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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 표명을 한 것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습니다”라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및 부당한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선 “(재판 개입이 없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의 첫 검찰 출석을 염두에 둔 듯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성명서를 읽은 뒤 차량을 이용해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10분 경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고 곧장 청사로 들어간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5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검사와 티타임을 가진 뒤 바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개입 의호글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재판거래 등 40여개 의혹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오래 근무한 대법원 청사 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대법원 정문 앞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와 시민단체 관계자와 취재진 등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쳐놓고 통제하면서 불미스러운 사고나 실랑이는 벌어지지 않았다.

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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