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30분 검찰 조사 시작…14시간 반만에 귀가
‘기억 안 난다’ ‘실무진이 한일’ 혐의 부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엘리트 법관으로 승승장구해왔던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 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 도착,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입장 발표에 나섰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법원장이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도 양 대법원장의 결정을 두고 ‘무슨 낯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 ‘도의적으로라도 미안하다면 이래선 안 된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가 이루어지는 동안 대법원 청사 주변은 그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로 혼란스러웠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구속 수사를 외쳤고, 옹호하는 단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 등의 구호로 받아쳤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짧은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는 입을 굳게 다문 뒤 15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조사실내 응접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맞이한 사람은 사법농단 수사팀을 이끌었던 한동훈 3차장검사(46·사법연수원 27기)다. 한 차장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조사 담당자, 조사진행 방식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30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조사는 양 전 대법원장보다 30년 후배인 단성한(45·32기)·박주성(41·32기) 특수부 부부장 등이 수사 갈래별로 번갈아 맡았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의혹, 법관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집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한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등으로 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 조사는 오후 8시40분쯤 마무리됐다. 이후 3시간여 동안 조서를 검토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은 11시55분쯤 검찰청사를 빠져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량을 타고 검찰청사를 떠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4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방대한 만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한두차례 더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단 추가조사 일정에 대해서는 안전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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