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아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한 여고생이 있어 주위에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이수경양(전주상업정보고등학교 3학년).
수경양은 최근 미용실에서 정성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그리고 잘려진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은 뒤 서류봉투에 담았다. 봉투에 적힌 수신인은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모발기부 담당자였다.
수경양의 ‘모발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3번째다.
첫 기부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4년에 이뤄졌다.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시청했던 TV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모발기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것도 수경양의 어머니였다.
수경양은 “TV 프로그램에서 백혈병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어린아이들을 봤다. 머리카락은 누구나 다 있는 평범한 것인데, 그 아이들은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어린이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어린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이 모두 동생처럼 느껴졌다”면서 “백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동생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주고 싶어서 모발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발기부를 결심한 수경양은 곧 행동에 옮겼다. 자신에게 특별한 날에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생일인 12월26일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물론 망설임도 있었다. ‘단발머리가 어울릴까‘는 걱정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예뻐지려고 자르는 것이 아니다. 왜 머리카락을 자르는지를 생각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수경양은 “막상 머리카락을 자르려니 약간의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단발머리도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며 환화게 웃었다.
수경양은 4년 뒤인 지난해 1월에도 정성껏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그리고 최근 다시 단발머리 여고생이 됐다.
수경양은 “모발이 자라는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빨라 1년 만에 다시 모발기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발기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염색이나 파마, 탈색 같은 미용시술이 들어간 모발은 가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에 기부할 수 없다. 또 모발 길이가 25cm 이상으로 길어야 소아암 아동들이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제작할 수 있다. 최소 1년 이상 길러야만 가능하다.
한창 멋을 낼 나이인 수경양은 “우리 학교는 파마, 염색 등이 다른 학교보다는 자유롭다. 이 때문에 친구들이 예쁘게 염색하거나 파마한 모습을 보면 ‘나도 해볼까’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고 웃어보였다.
졸업을 앞둔 수경양은 공기업 취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또 봉사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가족과 함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고 있다.
이수경양은 “머리카락 기부 이외에 다른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 취업준비도 해야 하지만 봉사는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머니가 요즘 봉사에 적극적이다.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들 모두 지속적으로 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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