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4無 진술전략’ 쓴다…“지시·보고·기억·죄 없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2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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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1차 조사를 받은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측이 향후 진술 과정에서 소위 ‘4無’ 전략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약 40여개에 달하는 사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모든 사안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전날 진행된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두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및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했던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정황 등 두 가지 부분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를 맡은 법관들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을 11시간10분가량 조사했고, 양 전 대법원장은 진술조서 검토를 거쳐 출석 14시간여 만에 일단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한 만큼 확인해야 할 조사 분량이 많고, 밤샘 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추후 재소환해서 조사를 이어 할 방침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조사가 진행된 부분 이외 다른 모든 혐의도 부인하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소환 조사 때와 같이 기본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에서 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서 본인이 실무진에게 지시하는 등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개입 등 혐의에 대해서도 실무진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등 사이에서 이뤄진 것일 뿐 본인은 특정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의 업무 행태 등에 비춰보면 비록 자신이 사법부 수장에 위치에 있지만, 해당 사안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행정처 처장 선에서 최종적으로 사안이 결정됐고, 자신은 사후보고만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나올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아가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할 방침이다.

설령 부하법관들의 ‘과오’로 인해서 사법농단 범행이 이뤄졌을지언정 이에 대한 공모 여부와 본인에게 형사책임을 묻을 수 있는지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40여개가 넘는 혐의 개개별로 세세하게 법리 주장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원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들의 공모 관계 성립에 대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이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대한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 제기 시 공소장 하나만 제출하고, 기타 증거 등은 제출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앞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차장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 제기가 위법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종합해 보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4無 전략을 통해서 향후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범죄성립 여부 등 모든 부분에서 검찰과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을 반(反)헌법적 범행으로 보고 있는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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