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직원도 모르는 ‘레일카드’…‘깜깜이 사업’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3일 08시 19분


‘만능카드’라며 선보였지만…시민 “이게 뭐죠” 갸우뚱
코레일 직원 “우리도 안 써”…“사업평가 했는지 의문”

서울 지하철 용산역에서 발급받은 레일플러스 대중교통안심카드.2018.12.31/뉴스1
서울 지하철 용산역에서 발급받은 레일플러스 대중교통안심카드.2018.12.31/뉴스1
2014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전국 대중교통과 고속도로, 상점, 주차장 등에서 쓸 수 있는 ‘만능카드’를 만들었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레일플러스카드(레일카드)’가 ‘전시용 사업’ 논란에 휘말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출시해 대학교 통학버스·도서관·택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사업이지만, 상용화 5년이 지나도록 시민은 물론 코레일 직원마저 카드의 기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특히 지난 2017년 실시된 코레일 내부감사 결과 코레일 모바일 앱카드 개발 과정에서 관리소홀이 지적돼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세금을 투자한 사업이 ‘관리 부실’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레일이 선보인 ‘만능카드’…시민 “이걸 누가 쓰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잘 쓰고 있는데, 그게 왜 필요하죠?”

‘레일카드’는 지난 2014년 10월 전국 지하철과 버스, KTX, 고속도로 이용은 물론 역·열차 내 상품 구입과 주차장 이용까지 가능한 ‘만능카드’라는 홍보와 함께 코레일이 준비한 코레일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코레일은 지난 5년간 총 15번의 보도자료를 내고 Δ레일카드 판매처 확대 Δ어린이용 카드 출시 Δ대학교 통학버스 및 도서관 이용 등을 홍보하거나, ‘모바일 앱’과 ‘대중교통안심카드’를 추가 출시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레일카드가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코레일 홍보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이 지하철과 KTX, 역내 상가들이 밀집한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만난 승객 25명에게 ‘레일카드’의 사용 여부를 물은 결과 전원이 ‘처음 들어보는 카드’라며 생소한 반응을 보였다.

용산역에서 만난 남모씨(27)는 “레일카드는 처음 들어본다”며 “이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게 익숙하고 불편함도 없는데, 굳이 레일카드나 앱을 쓸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승객 신모씨(31)도 “이걸 누가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청소년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허모양(18)과 박모양(18)은 “이미 티머니 교통카드로도 불편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며 “있는 카드를 두고 새 카드를 만들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레일카드가 대중교통카드업계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머니의 사용금액은 2013년 1조7034억원에서 2017년 1조9363억원으로 매년 100억원씩 늘었다. 국내 교통카드 시장점유율도 지난 2017년 12월 티머니가 82%로 1위를 차지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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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직원 “우리도 안쓴다”…‘보여주기식 사업’ 지적

“솔직히 저희도 안 써요.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더 큰 문제는 ‘레일카드’를 쓰려고 해도 정작 코레일 직원이 카드의 결제법을 모르거나 사용처가 제한돼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뉴스1>이 레일카드 발급을 요구하자 “이 카드를 꼭 사야겠느냐”며 “이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있다면 레일카드는 필요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만난 복수의 코레일 직원들도 “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레일카드 혜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솔직히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레일 직원은 “솔직히 말하면 (레일카드는) 우리도 쓰지 않는 카드”라며 “뭐가 이득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코레일은 ‘레일카드로 전국 역내 상점이나 열차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코레일 직원들이 사용법을 몰라 구매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울역의 한 상점 직원은 “레일카드로는 물건을 살 수 없다”고 결제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카드단말기에 적힌 설명서를 읽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용산역에 입점한 한 음식점에서도 “우리는 그런 것(레일카드를) 모른다”며 상품 구매를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레일카드 사업에 대해 “경쟁자가 없는 독점 기업의 ‘보여주기식 사업’”이라고 분석하면서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만큼 ‘예산대비 효과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5년이나 운영한 사업을 코레일 직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쟁자가 없는 기업이 공급자 중심 관점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코레일이) 레일카드 사업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만큼 ‘예산대비 효과성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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