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신병처리 분수령…전직 대법원장 첫 구속영장?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3일 14시 49분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첫 조사를 마친 가운데 향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로 한두 차례 비공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번주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재소환해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후 신병 확보를 위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하며 재소환 준비를 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오후 8시40분까지 이어졌고, 이후 조서 열람까지 총 14시간30분가량 청사에 머물다 자정 직전에 귀가했다.

검찰은 밤샘조사를 하지 않은 대신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혐의가 방대해 확인할 내용이 아직 많은 만큼 이후 비공개로 한두 차례 더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이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 안전 조치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충분히 이뤄져야 하지만 안전조치 등의 문제로 가급적 최단기간에 신속히 종결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조사를)한 번이나 두 번 정도에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앞서 ‘공범’으로 영장이 청구된 법원행정처 간부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영장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사실상 같은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구속 당시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 당시 상급자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영장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이 역시 헌정 사상 처음이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절반을 조금 넘는 분량의 조사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원 위상 강화를 목적으로 재판개입 및 정보수집 등을 통해 부당하게 헌법재판소를 견제한 의혹에 관해 신문할 계획이다.

헌재의 해산결정 후 제기된 옛 통합진보당의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및 잔여재산 가압류 사건 등과 관련해 일선 법원의 재판 내용과 결과에 개입하고,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와 동향을 수집하며 헌재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대필기사를 제공했다는 혐의 등이다.

또 ‘정운호 게이트’, ‘부산 스폰서 판사’ 등 판사들의 비위 관련 재판에 개입하거나 수사정보를 유출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와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집행했다는 혐의도 조사대상으로 남아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에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혐의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불리는 판사 부당사찰 및 인사 불이익 관련 혐의 조사를 완료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관련 재판개입 의혹과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인정 판결을 한 김기영 현 헌법재판관 징계시도 의혹 등 내용도 확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실무진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받고 있는 40여개의 혐의에 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기억이 없거나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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