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검찰 소환 조사에서 강제징용 재판 거래와 판사 블랙리스트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찰이 ‘모르쇠·꼬리자르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 확보 여부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번주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약 14시간30분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조치 등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지시·보고받은 기억이 없다” “실무자선에서 한 일이다”는 취지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전부터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양 전 대법원장도 검찰 출석 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법관들이 직분 수행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단 말을 믿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출석 전) 본인이 법원 앞에서 한 이야기 취지가 부인하겠다는 뜻이다.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취지를 정확히 밝히고 온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이 이미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일제 강제징용 지연 소송 및 판사 블랙리스트 등과 관련된 보강 수사에 집중해왔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 첫 조사에서 검찰이 집중적으로 신문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 의혹에 대해서 검찰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측 변호를 맡은 로펌 김앤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향후 절차를 논의한 결과가 담긴 내부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2015년~2016년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3차례 이상 독대한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는 계획을 주고받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원합의체 회부 권한을 가진 양 전 대법원장이 피고인의 변호인과 독대 내용이 담긴 문건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주요 물적 증거로 보고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도 주목된다.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는 양 전 대법원장, 박·고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으로부터 지시 받은 내용과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 참석한 회의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대법원 양형위 재직 당시 상고법원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방대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주 검찰에 한두 차례 더 소환돼 추가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에서도 혐의 부인 입장을 고수한다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커진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사법농단) 몸통이 누구냐의 문제다. 기각됐지만 두 전직 법원행정처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위를 안하는 것은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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