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있는 묘량중앙초는 최근 신입생 예비소집에 12명이 왔다. 딱 10년 전 전교생이 14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에 처했으니 10년 만에 이룬 상전벽해다. 놀라운 것은 신입생 12명 중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은 5명뿐이라는 사실이다. 7명은 영광읍에서 오히려 ‘시골학교’로 찾아온 학생들이다. 왜 이 시골학교로 아이들이 몰려오는 걸까.
묘량중앙초 주변은 온통 논밭이다. 젊은 부부가 없어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그나마 몇 안 되던 학생들도 부모를 따라 마을을 떠났다. 요즘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읍 지역 아파트에 살면서 논밭으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묘량중앙초는 2009년 폐교 위기를 맞았다. 전교생 20명 이하 학교는 인근 학교와 통폐합하고 분교로 전환한다는 전남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서다.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반대로 간신히 폐교 위기를 넘겼지만 두 학년씩 한 학급으로 묶어 전체 세 학급을 유지하기도 버거웠다. 학년별 토론은 고사하고 전교생이 모여도 축구팀 구성이 어려워 시합조차 하기 힘들었다. 윤건 교장은 “학생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협동정신을 기르는데, 워낙 학생 수가 적다보니 아이들의 사회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묘량중앙초에 읍 지역 학생들이 몰려온 건 전남도교육청이 작은 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제한적 공동학구제’를 시행한 덕분이다. 제한적 공동학구제는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시·읍 지역 학생이 면 지역 학교로 입학과 전학이 가능한 제도다. 면 지역의 작은 학교와 시·읍 지역 큰 학교 간 통학구역을 공동으로 설정하되 면 학생이 시·읍 학교로는 가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그 대신 면 지역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스쿨버스를 운영하게 했다. 또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방과후학교 운영비를 전액 지원했다.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 공동체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제한적 공동학구제를 시작한 첫 해인 2016년 묘량중앙초 신입생 15명 중 8명이 읍에서 왔다. 2017년에는 16명 중 6명이, 지난해에는 20명 중 16명이 읍 출신이다.
읍 지역 학부모들이 거리가 먼 묘량중앙초교로 자녀를 보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학교까지 아이를 직접 데려다주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 손문희 교감은 “읍 지역 학교는 스쿨버스가 없는 반면 우리는 무료 스쿨버스가 집 앞까지 가니 출근 때문에 일찍 나가야 하거나 늦게까지 장사하는 학부모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묘량중앙초 전교생 76명 중 읍에서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하는 학생은 52명에 이른다. 가장 멀리서 오는 학생은 편도만 차로 45분이 걸린다.
두 번째 이유는 학원에 가지 않아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피아노, 바이올린, 가야금, 컴퓨터 등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배우는 비용이 모두 무료다. 전국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은 1, 2학년 위주로 운영되지만 묘량중앙초교는 6학년까지 모두 오후 7시까지 학교에서 지낼 수 있다. 부모 없는 집에 아이 혼자 덩그러니 있을 이유도,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말에도 학부모들에게 ‘내 아이의 행복교육 작은 학교가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내 제한적 공동학구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시·읍 지역 초중학생 781명(초등학생 658명, 중학생 123명)이 면 지역 학교를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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