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융복합산업단지에 들어서자 공장과 함께 조화를 이룬 고층 아파트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를 본떠 지은 20개동 아파트에는 삼성 임직원 3953가구가 거주한다. 미혼 임직원을 위한 8500여 명 규모의 기숙사도 지었다. 단지 주변에는 유명체인 커피숍 등 카페가 들어서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과 젊은 남녀가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로운 모습은 서울의 고급 아파트촌 생활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1995년 산업단지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이곳은 시골 포도밭이었다. 2004년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이 들어오고 2011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이 완공되면서 ‘디스플레이 메카’로 탈바꿈했다. LCD 생산라인 중 하나인 8라인은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커 삼성 LCD 사업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하반기에 완공된 두 번째 OLED 라인은 축구장 57개를 붙인 크기로 평평한 OLED와 휘거나 굽는 플렉시블 제품도 함께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TV와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5%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3년 매출 29조8000억 원, 영업이익 3조 원 규모에서 2017년 연매출 34조5000억 원, 영업이익 5조4000억 원으로 각각 늘어나는 등 매출과 영업이익이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 회사의 국내 전체 직원 2만4000여 명 가운데 1만7000여 명이 아산에서 근무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의 1, 2차 협력사도 130여 개에 달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 인구와 세수 확대로 비상하는 아산시
이 회사가 아산을 대표하는 지역기업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아산시는 인구가 크게 늘고 도시는 젊어졌다. 일반 산업단지가 아니라 융복합산업단지로 계획된 지역이기에 인구, 도로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늘었다. 산업 기능만 있는 기존 산업단지와 다른 융복합산업단지는 주거, 교육, 문화 인프라를 함께 갖춰 생산 활동과 주거 기능이 일체화된 지역이다.
아산시 인구는 2017년 11월 기준으로 32만9887명을 돌파했다. 1999년 18만618명이었던 데 비하면 18년 동안 인구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조국환 아산시 기업경제과장은 “거주지를 이곳으로 옮기지 않고 일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상주인구는 40만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가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아산시의 2017년 현재 20∼40세 미만 인구는 45.96%(14만3546명)로 1999년(6만6527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덕분에 아산시 평균 연령은 38.8세로 전국 평균 41.5세보다 낮다. 송현순 탕정면 동산1리 이장은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들어가고 다시 이 지역에 산다”며 “젊은 층의 외지 유출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형편도 크게 좋아졌다. 1999년 646억 원에서 2005년 1098억 원, 2017년에는 3760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2017년 아산시 세수 중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시에 납부한 세수는 672억 원 규모로 17.9%를 차지한다. 재정자립도는 충남 지자체 가운데 1위이다.
아산시도 지역기업으로 자리 잡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고충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산업단지 조성을 돕기 위해 삼성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신속한 인허가 처리 등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의 물류속도 개선과 출퇴근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왕복 6차로인 이순신대로도 개통했다. 한규창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천안단지총괄 그룹장은 “기업의 고용창출을 위한 노력, 지자체의 전폭적 지원, 주민들의 응원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아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도시 덕분에 문화·교육 환경도 개선
젊은 층 인구가 늘어나고 돈이 지역 사회에 풀리다 보니 탕정면 곳곳에는 상업시설이 많이 눈에 띈다.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원주민들 중 상당수가 옮겨 만든 관광지역 중 하나가 ‘지중해마을’이다. 그리스의 도서 지역을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각종 사진이 올라온다. 관광객이 늘자 다양한 카페, 음식점이 생겨나고 지역경제에는 생기가 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역 사회에 밀착해 주민과 호흡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삼성 계열사와 함께 세운 자율형사립고인 충남삼성고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자녀의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위해 설립했지만 충남 지역 전체로 등용문을 넓혀 지역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이원섭 탕정면 명암5리 이장은 “충남삼성고는 서울 명문대 입학률이 높아 충남 지역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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