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태양광, 헬기 물담기 방해… 산불진화 골든타임 놓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산림청, 농어촌公에 문제제기

사진은 산불 진화 헬기에 담수 장면과 태양광 패널을 합성한 그래픽. 동아일보DB
사진은 산불 진화 헬기에 담수 장면과 태양광 패널을 합성한 그래픽. 동아일보DB
저수지에 설치될 수상태양광 패널이 헬기의 산불진화 작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조종사 안전을 위협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산림청이 주무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농어촌공사는 산림청의 우려를 일부 인정하지만 태양광 패널 설치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견해다.

14일 본보가 입수한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업무협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 소속 헬기 기장 등 관계자 4명은 지난해 11월 21일 전남 나주시 한국농어촌공사 본사를 찾아가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그동안 수상태양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 기관에서 안전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림청은 “헬기가 저수지에서 물을 뜨는 담수작업 시 프로펠러 바람이 세서 태양광 패널이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대의 헬기가 한꺼번에 물을 담을 때도 있기 때문에 담수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 패널은 저수지 가장자리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되 분산하지 말고 한곳에 묶어서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 기장들이 수상태양광이 깔리는 저수지에서 운항하는 것을 꺼려 해당 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수면 위에서 정지비행 상태로 하는 담수 과정은 난도가 높은 작업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일 서울 노원구 영축산의 불을 끄려고 한강에서 물을 담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1명이 사망했다. 2009년에는 전남 영암군에서 산불 진화 담수훈련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3명이 사망하는 등 담수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헬기 바람 때문에 물결이 요동치면 태양광 패널을 받치고 있는 부유시설이 뒤틀리고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물이 튀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헬기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봄, 가을로 저수량이 급감하는 국내 저수지 사정상 담수가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 가뭄으로 저수지 면적이 줄어든 상태에서 태양광 패널이 수면을 덮고 있으면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좁은 면적에서 물을 담다가 조종사들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면 작업 시간이 지체되고 산불 진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물을 담기 쉬운 저수지까지 헬기가 멀리 이동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발생지와 담수지 간 거리가 5km 멀어질 때마다 진화효율은 18%씩 떨어진다. 산불진화 작업 시 여러 차례 담수지를 오가야 하는 헬기 조종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산림청은 전국 3800곳의 산불진화용 저수지를 정해 놨다. 이 중 상당수는 농어촌공사가 전담 관리하는 저수지와 겹친다. 농어촌공사는 전국 899개 저수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 예정이다.

농어촌공사와 태양광 설치사업자들은 패널이 견고하게 설계돼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은 초속 45m의 바람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초속 10∼40m가량인 헬기 바람 때문에 손상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헬기가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담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갈수기에도 문제없다는 주장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조만간 마련할 패널 설치 내부지침에 산림청의 우려를 일부 반영할 것을 검토 중이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산불진화#수상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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