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회가 ‘외유 추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상주원예농협 임원들이 국내 선진지 견학을 떠나면서 신원미상의 여성 10여 명씩과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조합장 등 임원들은 이들 낯선 여성들과 함께한 사실을 은폐하고, 과다사용한 비용을 짜맞추기 위해 지출결의서까지 조작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15일 상주원예농협 등에 따르면 이 농협의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 10여 명은 2016년 8월 부산 일원, 2017년 7월 포항 일원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목적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따른 신용사업의 위기극복 방안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우수농협 벤치마킹 및 임원 단합대회’였다.
임원들은 이 과정에서 두 차례나 속칭 ‘묻지마 관광’에서나 나올법한 수법으로 접선한 여성들을 버스에 태워 선진지 견학에 동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은 대구시 모처에서, 이듬해인 2017년에는 구미시 모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원미상의 낯선 여성 10여 명씩을 각각 버스에 태운 후 목적지로 출발했다.
이들 여성들과의 주선은 상주원예농협의 모 이사가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버스 기사 등과 접촉해 선진지 견학을 나선 이사들과 짝이 맞도록 비슷한 숫자의 여성들을 동행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은 당일 오전부터 일정이 마무리되는 오후 늦게까지 관광버스와 횟집 등에서 임원들과 함께 식사와 음주, 심지어 노래방까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5년까지 실시됐던 선진지 견학에서는 상주원예농협 총무과 직원이 동행해 비용을 지출하고 견학 일정 등을 관리했다.
그러나 낯선 여성들과 동행한 2016년 및 2017년 선진지 견학에는 총무과 직원들을 배제했다.
신원미상의 여성들과 동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총무과 직원들을 배제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일탈 외유’ 소문은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임원들 자신의 입을 통해 지난해 중반부터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30일 상주원예농협 회의실에 임원 10여명과 대의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산총회에서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됐다.
조합원들은 이 자리에서 “(선진지 견학에)신원미상의 여성들을 구미, 대구에서 태우고 갔다는데 공금은 어디에 사용했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한 이사는 “관광버스 기사가 얘기해 돈은 저희가 10만 원씩 거둬서 지불했기 때문에 사무실 비용과는 상관이 없다”고 답변했다.
공적인 업무에 신원미상의 여성들을 동행시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비용은 자신들이 갹출해 충당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조합원들이 “선진지 견학을 가는데 여자가 왜 필요하느냐”고 재차 목소리를 높이자 조합장은 서둘러 ‘회의를 마치자’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항의가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모 이사가 나서 “원예농협 임원으로서 도덕적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문제는 지난 14일 상주원예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임원과 노조와의 대화’에서도 또다시 부각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실수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인정했기 때문에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조합장과 해당 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당사자들은 ‘무마하고 덮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정해진 답을 놓고 왜 망설이느냐”며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또 “작년에 저희들이 이 부분을 거론하지 않았으면 작년에도 (선진지 견학을)갔을 것 아니냐”며 “여성들 대신 조합원 20~30명을 데리고 간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추궁했다.
한 임원은 이에 대해 “사실 그때 모 이사가 ‘(여성들과) 같이 가자. 밥 한 끼 먹고 하자’ 그래서 (낯선 여성들을 대동)했다”며 “여자 문제는 도덕적으로 가정이나 원예농협으로 봐서도 잘못 됐다. 그걸 인정하고 싶다. 더 이상 말하면 변명이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임원은 “우리가 도덕적으로 잘못했다”면서도 “(임원들의)사퇴가 전제라면 돌파구가 없다”며 낯선 여성들과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상주원예농협의 이 같은 일탈 행위를 감시해야 할 임원(감사) 역시 신원미상의 여성들과 함께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면서 이에 대한 감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했다.
당시 이 임원은 “선진지 견학 지출에 대한 감사 결과 특별한 내용이 없다. 앞으로 경영진은 도덕성과 투명성, 투명한 경영이 되도록 노력을 당부 드린다. 위에 쓴 지출 경비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실제 선진지 견학을 실시한 인원은 2016년과 2017년 모두 임원들 10여 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류상 2016년은 20명 내외, 2017년은 임직원 30명 내외가 다녀온 것으로 돼 있다. 감사보고서는 이 같은 사실마저 모른 체 했다.
상주원예농협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전 조합장과의 면담을 세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특히 이들 선진지 견학에 대한 감사보고서도 정당성만 적어 놨다. 한마디로 직무유기다”고 비판했다.
김운용 조합장은 이에 대해 “부산으로 선진지 견학을 갈 때 모 이사가 이야기해서 대구에서 여성들이 탔다. 처음부터 말했으면 나는 안 갔을 것이다”며 “여성들의 숫자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 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임원들이 10만원씩 거둬 밥값으로 사용했다. 여성들은 돌아오다가 대구에서 내려준 것으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지출결의서 조작 부문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 모 이사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전날 노조와의 대화에서 거론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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