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을 집단폭행하다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또래 중학생 4명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중 3명이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군(14) 등 3명은 지난 15일 오후 2시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허준서)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숨진 중학생이 폭행과는 상관 없이)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숨진 학생이 폭행을 견디다 못해 투신해 숨진 것으로 보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4명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의 수사 결과와 달리, 폭행 및 상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폭행 및 상해가 사망의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숨진 학생이 폭행 및 상해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 측 변호인은 이날 상해치사 혐의와 관련해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살을 하려고 뛰어내리고자 실외기에 서 있던 피해자를 향해 ‘죽으면 안된다’고 외치며 자살을 막았다”며 “떨어지지 않게 한쪽 손과 옷을 잡았으나, 피해자가 한 번 뒤돌아 보더니 뛰어내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범행에 가담해 함께 기소된 B양은 폭행을 견디다 못해 피해 학생이 투신한 사실을 인정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B양 측 변호인은 “상해치사와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며 “다만, 피해자가 난간을 넘으려는 것을 목격했고,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의 어깨 부위와 손목을 잡아 뛰어내리려던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향후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숨진 학생에 대한) 사망 예견 여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한 3명이 공판준비기일에서 밝힌 주장 대로 혐의를 벗어나려면 향후 공판에서 재판부에 폭행 및 상해가 사망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 판결을 받게 된다.
A군 등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28일 오전 10시35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군 등은 지난해 11월13일 오후 5시20분께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C군(14)을 78분간 때리다가 옥상 아래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군의 전자담배(14만원 상당)를 빼앗은 뒤 돌려주겠다고 유인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추락한 C군은 당일 오후 6시40분께 이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돼 119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군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결과 C군이 A군 등 4명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A군 등에게 상해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 검찰은 가해 학생 중 1명이 숨진 C군의 패딩을 입고 있어 논란이 된 점과 관련해서는 가해 학생이 C군에게 ‘내 패딩은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산 옷이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바꿔 입은 사실을 확인하고 사기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가해학생은 이 점에 대해서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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