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이 오지.” 지난해 서울의 한 법원에서 열린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 당시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자 판사가 보인 반응이다. 이 판사는 다른 재판을 하면서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자서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을 하지 말라”고 당사자와 변호인을 윽박질렀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6일 ‘2018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판사들의 막말 사례를 공개했다. 판사가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에게 고압적인 말이나 면박을 주는 언행을 하고,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한 경우가 시정되지 않고 있었다.
또 다른 판사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자 “내가 오늘 구속영장을 써왔는데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잘 생각해보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이 판사는 다른 재판에서 무죄 주장을 하는 피고인을 구속시킨 뒤 재판을 진행했다.
변호인에게 “참 이해 못 하시네”라고 말하거나 “막 던지다가 도매로 다 넘어갑니다” 등의 망신을 주는 말을 한 판사도 있었다.
변론 시간을 1분으로 제한하거나 판사의 신문에 ‘네, 아니요’로만 답하게 하는 등 변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불만도 많았다.
이번에 선정된 하위 법관 5명 중에는 과거 하위 법관으로 선정된 법관이 3명이나 있었다. 변호사들은 이들 판사에 대해 “왕을 대하는 신하처럼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법관이 있다”, “사법 불신을 눈으로 확인했고, 같은 법조인으로서 수치스럽다”고 혹평했다. 서울변호사회는 2008년부터 11년째 법관 평가를 해왔지만 하위 법관 5명의 명단은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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