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현모(55) 사장, 맹수호(60)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KT법인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 29명이 송금에 동원됐고, 이 중 일부 직원들의 아내나 지인 명의까지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법인자금으로 상품권 등을 구입한 후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일명 ‘깡’)하는 수법이 쓰였다.
경찰 관계자는 “타 업체의 대관업무 관련 내용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입하고 현금화했다”며 “이후 후원을 하라며 동원된 임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같은 행위에 대해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인사는 19대 46명(1억6900만원)과 20대 66명(2억7290만원)으로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99명이다. 20대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 5명도 포함됐다.
경찰은 KT가 각종 사업에 필요한 민원을 위해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2015년 ‘합산규제법’ 저지, 2015~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요청 등 각 시기에 집중적으로 정치자금이 제공된 정황도 확보했다.
경찰은 그러나 “해당 이슈가 있었던 시기에만 정치자금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사후 작업도 이어지기 때문에 대가성 청탁이라고 의심할 수는 있으나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정치자금 제공에 대관부서 외 임직원들까지 본격 동원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하반기다.
경찰 관계자는 “CR부문 당시 대표가 부사장 직급이었는데 그보다 선배인 사람도 동원돼 당시에만 1억원이 넘는 정치자금이 제공됐다”며 “국정감사 등의 이슈가 겹쳤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상황을 주도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CR부문이 주도해 진행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황 회장 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내용상으로 충분히 회장까지 확인했을만한 서류를 확보했다”며 “당시 그 서류를 들고 황 회장에게 보고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KT본사와 광화문 지사 등 5개소에 대해서 5회에 걸친 압수수색, 황 회장 등 관련자 174명 조사, 99개 의원실 관계자 전수조사 등을 거쳤다.
경찰은 지난해 6월18일 황 회장 등 4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보강수사 후 같은 해 9월7일 황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도 검찰에서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검·경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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