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한다며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교수와 교직원들의 퇴실을 저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여대 전 총학생회장이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기간 재범이 없으면 형 집행을 하지 않는 유죄 판결의 일종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18일 특수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여대 전 총학생회장 최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최씨는 2016년 7월28일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철회하라며 이화여대 본관 1층 소회의실을 점거하고, 같은달 30일 오후까지 교수와 교직원들의 퇴실을 저지했다는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하며 “피고인이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감금을) 주도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3일 동안 감금됐고, 풀려난 후에도 장기치료를 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재판에서 “총학생회장으로서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자 했을 뿐, 교직원·교수의 감금을 계획모의한적이 없다”며 “고의한 적도, (감금) 실행행위에 가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위참가자들에게 내보내주자고 설득했으나 나가지 못하게 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시위가 예상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학생회장으로서 현장을 이탈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판사는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감금된 피해자들이 내보내달라는 요구했을 때 시위참가자의 의견을 취합하면서 최씨와 시위참가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의견결합이 이뤄졌다고 판단한다”며 공모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의실행행위가 아니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시위참가자를 대표해 의견을 취합하고 교섭하는 역할을 했으며 경찰 진입 시도 당시 물리적으로 저지한 점을 감안하면 감금 고의가 있었고 실행행위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이 사건 원인은 이화여대 학내갈등이고 커뮤니티를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자발적으로 (집회를) 주도했다는 점, 반대집회를 개최하기는 했으나 감금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고 최씨가 시위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이 문제를 인정했고 총장 및 교직원 등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초범인데다 피고를 제외한 시위참가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는 부분의 형평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나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고 감금시간이 길었다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선고공판에 참석한 최씨는 재판에 방청 온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진아 변호사는 “예상했던 판결은 아니라 조금 당황스럽다”며 “재판 내내 무죄를 다퉜는데, 선고 유예는 혐의 자체는 인정된다는 의미라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과 논의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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