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중 첫 출산율 0.9명… 가본 적 없는 길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3시 00분


작년 합계출산율 0.96∼0.97명 추산
1970년 4.53명에서 수직 하락… 정부 ‘인구절벽’ 근본대책 시급


부부 한 쌍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은 물론 어느 선진국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출산 장려와 함께 ‘저출산 적응 대책’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6∼0.97명으로 추산됐다”며 “출생아 수도 32만5000명으로 2017년(35만7771명)보다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까지 통계청이 집계한 인구 동향을 토대로 추산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청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한 번도 없다. 1970년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다. 1977년2.99명, 1984년 1.74명으로 각각 3명대와 2명대가 깨졌다. 이후 34년 만에 1명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60∼2016년 회원국들의 합계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1명대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2017년 기준 224개국 통계를 보면 싱가포르(0.83명)와 마카오(0.95명)뿐이다. 모두 작은 도시국가다. 한 인구학자는 “먼 옛날 로마가 망했을 때나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수정한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출산 추세는 ‘극복’이 아닌 ‘적응’의 대상이라는 인식 속에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의료비 지원과 같은 상당수 정책은 2021년 이후 시행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인구 구조에 큰 상처가 났는데 정부와 국회는 돈 몇 푼 쥐여주는 응급처치만 하고 있다”며 “대수술이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좌절한 청년들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출산율#인구절벽#문재인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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