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은 함부로 하면 안 돼.” “수술을 해도 별 차이가 없다던데, 뭐 하러 수술을 해야 해?” “수술은 미룰수록 좋다니 정 못 참겠다 싶을 때 수술하면 되지 않을까?”
환자들이 수술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물론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비수술적 치료를 했는데도 좋아지지 않고 증상이 더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수술이 필요함에도 무조건 미루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수술을 해도 별 차도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수술 타이밍을 놓친 사례를 많이 본다. 늦게 온 이유를 물어보면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들며 지금이라도 수술하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럴 때마다 의사는 환자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수술은 신경이 손상되기 전에 해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경이 손상됐어도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완전히 손상된 신경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회복되기 어렵다.
대표적인 척추질환 중 하나인 척추관 협착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척추관이 좁아져도 처음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 척추관이 더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허벅지나 종아리로 뻗치면서 저리고 당긴다.
단순히 척추관만 좁아진 상태라면 척추관을 넓혀주는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발이 시리거나 화끈거리고, 발바닥에 껌 딱지가 붙은 것처럼 먹먹하거나 모래사장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신경이 오래 눌려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신경이 손상되면 수술을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 수술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다. 수술 타이밍만큼은 환자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정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수술 후 환하게 웃으며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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