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미제 여성살인 용의자, 무기징역 원심파기…“제3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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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1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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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종업원 살인사건…1·2심 강도살인 무기징역 선고
대법 “간접증거만으로 범행단정…한치 의혹 없어야”

서울 서초 대법원. 2018.9.7/뉴스1 © News1
서울 서초 대법원. 2018.9.7/뉴스1 © News1
부산의 한 다방 여성 종업원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4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간접사실과 관련 정황만으로 양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대해 “중대한 범죄에선 유죄인정에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 치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의문스럽거나 심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간접증거·사실만으로 양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쉽게 단정할 게 아니라, 여러 의문사항을 면밀히 심리한 뒤 사정을 모두 참작해도 양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 한해 유죄 증명이 있는 것으로 봤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씨는 2002년 5월21일 밤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다방에서 퇴근한 A씨(당시 22세)를 납치해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마대에 담아 강서구 앞바다에 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범행 다음날 은행에서 A씨 통장에 든 296만원을 인출하고 같은해 6월12일 북구 한 은행에서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을 시켜 A씨 적금을 해지해 챙긴 혐의도 받았다.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른바 태완이법) 개정 이후 경찰 재수사와 시민 제보로 사건 발생 15년만에 해결할 길이 열렸다.

양씨는 A씨 가방을 주워 안에 든 통장을 이용해 돈을 인출했을 뿐 가방을 빼앗거나 살해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하급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배심원 의견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으로 나뉘었다.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 징역 15년 2명이었다.

2심도 “직접 증거는 없지만 간접사실 및 관련 정황들을 종합적 고찰해보면 양씨가 A씨 재물을 강제로 빼앗고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된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그 근거로는 양씨가 A씨 통장 비밀번호를 3번만에 알아냈고 적금도 해지한 점, 양씨와 함께 마대를 옮겼다는 동거녀 진술, 당시 어려웠던 경제적 상황,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된 뒤 ‘살인 공소시효’ ‘살인 공소시효 폐지’를 검색한 점을 들었다. 양씨 측이 A씨를 잘 아는 이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며 제기한 제3자 범행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사정들이 강도살인에 관한 간접증거가 되기엔 매우 부족하고, 유일한 증거가 진술인 경우 의문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다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관해서도 대법원은 이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와 함께 “양씨가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으므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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