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역사무시·교통대란”…광화문 확장에 여론 싸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2일 10시 03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2021년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을 재구조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향후 공론화 과정에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단 현재까지 여론은 박 시장의 ‘도시 공사’에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네티즌의 악플을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인 반응 자체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경제도 어려운데, 혈세 낭비…”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광장으로 편입해 면적을 약 4배 늘리고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지하로 연결해 지하철 다섯 개 노선이 통과하는 역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발표된 이후 쏟아진 언론 보도엔 그러나 부정적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자주 언급되고 있는 표현은 ‘혈세 낭비’다. 이번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에는 완공 목표일인 2021년 5월까지 서울시 예산 669억원, 문화재청 예산 371억원 등 총 1040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의도를 알 수 없는 광장 확장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민이 바랐던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누구도 원하지 않은 일에 왜 세금을 낭비하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광화문 일대에 벌어질 교통 체증과 각종 불편, 공사 이후 차선이 사라짐에 따라 발생할 교통 대란을 고려하면 시민들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광장 넓힐 생각하지 말고 미세먼지 대책이나 세우라”고 꼬집었다.
◇“세종대왕상, 이순신 장군상 옮기면서까지…”

또 다른 불만은 광화문의 상징적 조형물인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의 이동이다. 다수 네티즌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역사에서 가장 추앙받는 두 영웅이 ‘중앙에서 바깥으로’ 밀려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 시장을 향해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우리 역사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식으로 비판한 네티즌도 있었다. “광장을 위해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 것 같아 느낌이 이상하다”는 언급도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세종대왕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순신 장군상은 정부종합청사 옆으로 옮겨지게 된다. 다만 서울시는 시민 반발을 우려해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시민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안 그래도 시위 많은데…”

이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목표 중 하나는 3·1운동에서 각종 민주화 항쟁, 국정농단 촛불시위까지 이어진 이른바 ‘시민성’을 더 철저히 담아내는 것이다. 이번 사업 국제설계전 공모에 당선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 진양교 대표가 “광장 자체로 시민 의견이 표현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의미가 있다”고 말한 건 이 같은 의도로 읽힌다.

다만 일부 네티즌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진보 세력이 집권하자 각종 집회·시위가 증가, 광화문 일대에서 주말을 즐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광장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찰 집계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벌어진 집회·시위건수는 총 6만831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일 187건의 집회가 열린 셈이며, 2017년(4만3161건) 대비 58%(2만5154건) 가량 증가한 규모다.

한 네티즌은 “광화문은 이제 시위꾼들의 집합소가 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네티즌은 “각종 시위를 위한 공간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며 “광화문 광장이 시위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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