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탈북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넘겨 온 통일부 전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전국진 부장판사)는 22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통일부 직원 이모(48)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 추징금 57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이씨에게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 주소지 등 11차례에 걸쳐 정보를 받고 돈을 건넨(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배모(38)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하나원에서 근무한 이씨는 지난 2006년 탈북한 배씨를 담당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국내에서 탈북 브로커로 활동해 온 배씨는 지난 2013년 5월 ‘탈북자들이 탈북 후 약속한 브로커 비용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 주소지 정보를 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당시 이씨는 은행대출을 받아 산 아파트 대출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고 연 30%의 사채까지 손을 댔다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었다.
결국 이씨는 2013년부터 2년여 동안 통일부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탈북자의 초기 정착 주소지를 검색해 알아낸 정보를 11차례에 걸쳐 배씨에게 전달하고 570만원을 송금 받았다.
재판에서 이씨는 배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는 북한이탈주민의 적응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재직 중 친해진 배씨가 탈북비용 채권 추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탈북자들의 주소정보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는 통일부 공무원으로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으로 넘어 온 탈북자의 안전보장, 적응과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데 직분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을 받고 정보를 제공해 국민적 신뢰를 배반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뇌물수수 및 공여가 증거에 의해 명백히 인정됨에도 피고인들은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범들을 통해 진술의 조작을 도모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상당히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에게 실형 전과나 동종 직무범죄 전과가 없고, 배씨도 동종의 전과가 없다”면서 “11회에 걸쳐 수수된 뇌물 합계 금액이 570만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점 등을 살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통일부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2017년 7월 직위 해제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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