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리스트 무죄’ 이 前총리, 언론사 상대 손배소
“문무일 총장 고소 8개월 넘었는데 검찰 연락 없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져 무죄가 확정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이 전 총리는 “어린 손자까지도 내가 비타500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며 “(경향신문이) 비타500을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1면 톱기사에 실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23일 재판을 종결하기 전 법정에 출석한 이 전 총리에 진술 기회를 줬다.
이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지금까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주체하기 힘든 아픔 안고 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준비해온 2013년 경향신문 기사 1면과 자신의 얼굴이 비타500과 합성된 패러디 슬라이드를 제시했다.
그는 “당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은 총리가 비타500 박스로 돈을 받았구나 믿었고 초등학교 1학년생이던 내 손자도 영문도 모른 채 할아버지가 비타500을 좋아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2년7개월의 재판을 거치면서 비타500을 언급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분노하게 했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향신문의 기사 형식이 의혹을 보도한 수준이 아닌 마치 사실을 확인해 정리한 것처럼 작성됐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2013년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이끈 문무일 검찰총장 및 검사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8개월이 넘었는데 검찰은 고소인 소환을 안한다”며 “문 총장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리는 “언론 자유의 최전선에 있는 언론사가 넘어설 안 될 선이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향신문 측 대리인은 “원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가 명예훼손이지 비타500 자체가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며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는 일반인보다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달 15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오고 간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오후 충남 부여읍 재보궐선거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는 2016년 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경향신문과 소속 기자, 당시 편집국장을 상대로 3억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이 전 총리 측은 “해당 보도로 인해 국무총리직을 사퇴하는 등 정치활동에 제약을 받고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형사재판까지 받으면서 고통을 받아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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