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일본 전국시대를 담은 소설 ‘대망’을 번역·판매해오던 국내 출판사와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됐다. 다른 출판사가 해당 판권계약을 한 뒤에도 과거 판본을 계속해서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대산 판사는 23일 국내 대형 출판사 A사 대표 고모씨(78)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사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발행기간이 상당히 길고 발행부수도 많은 점에 비춰서 저작권계약을 정식으로 맺은 출판사의 피해가 상당하다”면서도 “저작권이 문제되지 않았을 때부터 출판해서 (저작권 위반 행위에 대해) 오해할 소지가 있었던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사 창립자 고씨는 일본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1967년 집필을 마친 후 현지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에서 출판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앞부분을 번역해 1975년 4월부터 ‘전역판 대망 1권’이라는 제목으로 판매해왔다.
A사에서 번역·판매한 ‘대망 1권’은 회복저작물을 번역한 ‘2차적 저작물’이기에 1975년 당시 판매가 가능했다. 과거 외국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인 경우 원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출판이 가능했으나, 1996년부터는 허가가 필요하도록 저작권법이 개정됐다. 다만 이전 출간된 출판물은 판매를 허용했다.
A사의 경우 1975년판 ‘대망 1권’은 판매가 가능하나, 대폭 수정·증감해서 발행할 경우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허가가 필요했다. 또 다른 국내 출판사인 B사가 해당 소설의 출판권을 가진 일본 고단샤와 1999년 4월부터 계약을 맺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번역·발행한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미 B사가 원저작물 저작권을 취득한 1999년 이후인 2005년에도 A사가 ‘대망 1권’의 수정·증감본을 내 2016년 3월, 1권의 2판 18쇄까지 발행해 회복저작물을 무단복제·배포해 원저작자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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