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놓고…박원순 ·김부겸 제2라운드 설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5일 11시 22분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행안부 실무자간 기싸움에서 시작된 사안이 두 기관 수장 간 입씨름으로 번지면서 새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광화문광장 개편 계획을 정면 비판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고 박 시장을 비난했다.

김 장관은 “앞쪽 도로가 없어지면 차가 접근할 수 없고, 주차장도 쓸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설계안은 한 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작심발언에 박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제(24일) 잘 협의해서 해결하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서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세상에 절대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라며 김 장관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제가 일을 해보면 무슨 일이든 과정에서 이견, 분란, 비판이 있다”며 “제가 서울시장 7년 했는데 서울로(7017) 같은 경우에 얼마나 반대가 있었나. 박근혜 정권 시절 국토부, 경찰청, 문화재청, 시민들이 반대했다. 제가 비오는 날 골목 다니면서 시민을 설득하고 경찰청, 문화재청, 국토부 다 극복하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날 벌인 설전은 사실 예상 밖의 전개다. 서울시와 행안부의 갈등이 봉합국면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23일 행안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 당선작에 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이후 24일 서울시와 행안부의 실무담당자들이 오전 10시30분부터 30여분간 회의를 가진 뒤 합의안을 제출했다.

합의안에는 기관간 업무 협의를 위해 과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광장 조성에 따른 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부지 포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계획 시설 결정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한다는 약속이 합의안에 담겼다.

서울시와 행안부는 합의안 말미에 “이번 공모 당선작의 청사 내 공간 활용계획은 당선자의 창의적 제안으로, 확정된 계획이 아님을 재확인했다”며 “구체적 설계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만큼 연말까지 진행되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양 기관이 적극 협의해 최적의 대안을 찾고 최종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며 갈등 봉합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설전을 벌이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8~19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때 김 장관이 박 시장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시도지사협의회 회의 자리에서 김 장관이 내놓은 지방분권안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타 시도지사들이 김 장관을 상대로 지방분권 의지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비판을 제기해 김 장관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다음달 개각을 앞두고 김 장관이 몸풀기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교체가 예상되는 김 장관이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김 장관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복선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곧 행안부를 떠날 김 장관으로선 박 시장과의 충돌에서 잃을 게 사실상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김 장관이 박 시장을 상대로 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이 부딪히는 일은 앞으로 더 자주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두 수장의 자존심 대결 속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라는 큰 사업이 본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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