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레인메이커’(Rainmaker)란 말이 있다. 미국 인디언 주술사를 부르는 말로, 이들은 가뭄이 들면 비가 올 때까지 주구장창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올해 들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한 모든 수단을 고려해볼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기상청과 환경부가 비장의 무기를 공개했다. 바로 ‘킹에어350’으로 불리는 기상항공기다. 이 비행기로 ‘인공 강우’ 실험을 진행해 미세 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신도 아니고 사람이 비를 만든다고? ‘될 때까지!’를 외치며 기우제를 지내던 인디언 주술사가 들으면 까무라칠 얘기다. 마침 24일 김포 공항에 계류해 있던 기상항공기를 취재진에게 공개하는 행사가 있어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1시간 여 삼엄한 보안 절차를 거친 뒤 맞이한 기상항공기에 대한 첫 느낌은 ‘생각보다 작다’였다. 13인승 비행기를 개조한 것으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탈 수 있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이래 봬도 운용고도 10km에 최대 6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날아다니는 종합기상관측소라는 별명답게 25개 첨단 기상 장비가 탑재돼 있다.
아마 취재진을 통해 가장 많이 공개된 장비일 것이다. 요오드화은이 들어 있는 연소탄이다. 구름 씨를 뿌린다고 해서 시딩(Seeding)이라고도 불린다. 양쪽 날개에 12개 씩 총 24개가 탑재돼 있다. 기상항공기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먼저 실험에 적합한 구름인지를 분석한 뒤 연소탄을 양쪽 한개 씩 동시에 순서대로 터뜨릴 예정이다. 하나 당 연소되는데 5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1시간 이상 걸린다.
이 장비는 강수입자 모양측정기(왼쪽)와 구름입자 종합관측기다. 각각 레이저를 통해 생기는 입자 그림자로 크기를 측정한다. 이 장비를 통해 강수 입자의 크기, 단위 부피당 개수, 구름 속 수증기량의 변화 등을 살포 전 후를 비교해 성공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번엔 기상항공기의 내부를 알아보자. 조종사 2명이 탑승 가능한 조종석은 여느 비행기와 비슷하다. 다만 좌석 가운데에 요오드화은 연소탄 발사 장치가 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연구원들이 탈 수 있는 뒤쪽에는 주변의 기상 자료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와 기계들이 설치돼 있다.
예정대로라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쯤 기상항공기는 전북 서해상에서 부지런히 연소탄을 살포하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은 요오드화은을 뿌린다고 마른하늘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건 아니다. 현재 기술로는 시간 당 강수량을 0.1~1mm 늘리는 게 고작이다. 이번 실험 이후 서해안에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에 대한 중간 결과는 다음 주에 발표되며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였는지는 한 달 정도 걸릴 예정이다.
인공 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적어도 시간 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 실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기상청은 이번 실험을 시작으로 총 15 차례의 실험을 계획 중이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던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했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처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기상항공기의 첫 걸음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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