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박쥐 등 이어 法 “원고 자격 안돼” 재확인
문화재청 천연보호구역 변경허가하자 행정소송
설악산 산양 28마리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색재판이 결국 법원에서 각하, 즉 소송 반려 결정으로 끝났다. 소송 주체가 동물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되풀이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25일 산양 28마리 등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문화재 현상 변경을 허가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원고 자격 미달 등 절차상 문제로 소송을 반려하는 결정이다.
이 소송은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이 주도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하도록 천연보호구역 현상 변경을 허가하자 산양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217호 야생동물인 산양은 고도 600∼700m, 경사도 30∼35도의 바위가 많은 산악지대에서 주로 활동한다. 케이블카 공사가 강행되면 각종 소음이나 진동으로 산양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게 피앤알 측의 주장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피앤알 측은 산양의 소송 당사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를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후견인 제도는 장애나, 질병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법적 후견인이 소송을 대신 진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산양에 대한 후견인 신청과 관련해 검토하는 시간적 여유를 갖겠다며 올 1월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각하 결정을 통해 동물에 대한 후견인 지정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환경단체가 제기한 ‘도롱뇽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2006년 도롱뇽의 소송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2007년 충주 쇠꼬지 황금박쥐, 2010년 금강 검은머리물떼새 재판도 모두 당사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동물의 원고 적격이 인정되는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서식지 보호를 문제삼아 멸종위기 종을 원고로 내세운 점박이 올빼미(1988) 그래엄산 붉은 다람쥐(1991) 플로리다 사슴(1994) 등이 대부분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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