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자동차 양산에 성공한 나라다. 현대자동차가 2013년 내놓은 투싼 ix35가 일본 도요타의 첫 수소차 미라이보다 1년 앞섰다. 현대차가 지난해 내놓은 2세대 수소차 ‘넥쏘’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달 중순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전시된 넥쏘를 보며 “내가 현대차의 수소차 홍보모델”이라면서 관심을 보였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인정하는 한국 수소차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울산 북구의 세종공업㈜(대표 김기홍)이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양산하는 데 일등공신이 세종공업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현대차에서 퇴직한 박세종 명예회장(81)이 1976년 창업한 세종공업은 당초 머플러로 불리는 배기정화장치와 소음기 같은 내연자동차용 배기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생산했다. 배기 시스템 분야 국내 1위, 세계 5위에 오를 정도였다.
세종공업이 수소차 부품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6년이다. 당시 현대차는 수소차용 수소센서를 개당 약 250만 원에 전량 수입했다.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소 관련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박 명예회장은 수소차 부품의 독자 생산을 결심했다. 그는 “앞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반드시 온다. 환경을 고려하는 배기 시스템 관련 기술로 수소차 부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전담 연구개발팀을 만들었다. 세종공업 서호철 전장연구소장은 “박 명예회장의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에 대한 의지와 지원이 없었다면 개발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종공업에서는 수소센서와 수소압력센서, 워터트랩, 배기 시스템 등 4종류를 생산한다.
수소센서는 수소가스가 새는지 모니터링하는 안전센서다. 넥쏘 차량 3곳에 장착한다. 단가를 수입품 가격의 4분의 1로 낮췄다. 수소압력센서는 수소 공급 시스템의 압력을 관찰, 점검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부품이다. 넥쏘에는 2개가 들어간다. 국내에서 수소센서와 수소압력센서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는 세종공업이 유일하다.
워터트랩은 수소가 바깥에서 유입된 산소와 결합할 때 발생하는 물을 저장했다가 일정량이 되면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배기 시스템은 산소와 결합해도 반응하지 않는 극소량의 수소를 농도 2% 미만의 안전한 상태로 희석해 밖으로 배출한다.
김기홍 대표는 “수소차는 충전시간도 짧고 충전 후 주행거리도 전기자동차의 두 배 정도 길다. 아직 가격이 좀 비싸고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런 문제만 해결되면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세종공업은 지난해 현대차에 수소차 1000대 분량의 부품을 납품했다. 현대차는 올해 수소차 6000대를 생산하고 2022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8만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그때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시설을 310기로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세종공업의 부품 공급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종공업은 수소차뿐만 아니라 수소를 사용하는 일반 사업장의 안전을 지키는 휴대용 수소 누설 검지기와 수소 모니터링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소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재 울산 수소타운에 설치돼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소로 전환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300W급 이동형 발전장치도 개발했다.
세종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00억 원. 직원은 울산 본사와 공장의 850명을 비롯해 국내외 17개 공장에 3300여 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까지 매출액 3조 원, 영업이익 1200억 원의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자동차 시장이 어렵지만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 품질 향상과 기술 혁신, 글로벌 경영으로 국가와 사회, 고객 감동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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