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전공과대학(켑코텍·Kepco Tech) 부지 선정을 완료한 한국전력은 설립 비용 마련 등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을 안고 있다.
이날 한전은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CC)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설립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전은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 설립에 약 5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 431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설립 비용 전액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개교 이후도 문제다. 한전은 매년 한전공대 운영비로 약 5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비용 마련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전은 한전공대 학생 전원에게 ‘입학·등록금 전액 면제’, ‘아파트형 기숙사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노벨상급 국제상 수상 경력자로 초청할 한전공대 총장에겐 미국 최고 수준(100만 달러+α)의 연봉을 주기로 했다.
한전공대 교수들에게도 과학기술대학교 3배 이상의 연봉(4억 원+@)을 주고, 국내 대학 2배 수준의 연구 시드머니(10억+@)를 제시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한전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한전공대 설립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8일 “한전공대가 당초 계획된 2022년 3월 개교 일정대로 차질 없이 설립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얼마만큼의 지원이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2.04%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5번째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한전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한전공대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한전이 제정신이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전이 전력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판에 교육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뒤로 넘어질 것 같다”며 “돈이 썩어 남아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전공대 설립은 기관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서 주주가 동의하겠느냐”며 “대학 정원도 3만여 명 남아도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이 돈을 들여 대학을 짓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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