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대의원대회 지켜보니…한심한 10시간 막장드라마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11시 11분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28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를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자정을 넘은 29일 00시 8분까지 장장 10시간 동안 대의원대회가 열렸지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 하나를 놓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말도 안되는 논쟁을 벌이다 결국 회의를 무산시켰다.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놓고 3개 수정안과 집행부가 낸 원안이 제출됐다. 원안과 가장 상이한 안건부터 표결에 들어가 먼저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 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불참안, 조건부 불참안, 조건부 참여안 등 3개 수정안을 표결할 때 까지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하나의 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한 뒤 찬반 의견 각각 2명씩이 토론에 나선 후 표결에 들어갔다. 3개 수정안은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안했던 경사노위 참여 원안 표결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세번째 ‘조건부 참여안’ 표결 도중 김명환 위원장이 “산별노조 대표들이 제출한 안에 대해 결정해 준다면 위원장으로서 원안은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고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대의원 중 일부가 ‘원안이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에 나선 일부 대의원들은 위원장이 조건부 참여안에 힘을 실어준 것은 편파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원안이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소속 정원영 대의원은 “원안을 포기하겠다고 의장님이 얘기하셨기 때문에 이 내용에 대한 찬반투표를 바로 묻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원안 표결을 요구하는 쪽의 의사진행발언들이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위원장이 철회를 한다는 얘기를 안했고 방망도 두드리지도 않았다”며 “수정안이 다 부결됐으면 원안으로 토론하는 게 상식”이라고 맞섰다. 다른 대의원도 “집행부가 가져온 안은 위원장이 제출한 안이 아니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거쳐 내려온 안”이라며 “위원장이 마음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원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다른 금속노조 대의원은 “위원장이 분명히 원안을 연연하지 않겠다고 해 포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 때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김명환 위원장은 “원안에 대해 더 논의하지 않겠다. 수정안 표결을 통해 대의원들의 의견을 확인했다고 본다”며 경사노위 참여 표결을 포기하고 다시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 위원장을 성토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위원장 때문에 표결도 못하고 원안이 사라졌다”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대의원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이대로 가서는 아마 잠을 못 잘 것 같다”며 “의장님은 결정을 할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회의를 진행할 권한만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백석근 사무총장이 “찬반이 나뉘니까 일단 위원장 입장에 대해 표결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집행부가 정리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발이 더 강해졌고 순식간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백 사무총장이 발언에 나서자 곳곳에서 “위원장님” “사무총장” “의사진행발언”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면서 회의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정리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의원들은 ‘위원장은 월권하지 말라’, ‘위원장이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강한 발언이 이어졌다.

집행부는 한 명 발언을 3분으로 제한했지만 대부분 대의원들이 주어진 3분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곳곳에선 “시간 지났잖아” “그만해” 라고 외치는 등 대의원들 간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대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고 공방 속에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시계는 자정을 넘겼다.

의사진행발언이 끊이지 않자 김명환 위원장은 오히려 “의사 진행 좀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9일 00시 08분 께 마이크를 잡고 “더 이상 오늘 대의원대회 안건을 진행하기 보다 새롭게 가장 빠르게 사업계획 투쟁계획 만들어서 임시대의원 소집해서 동지들과 함께 결의해 나가겠다”며 대의원대회 산회를 선언했다.

결국 민주노총과 대의원들은 지리한 공방 속에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900여명의 대의원들은 산회가 선포되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5분만에 회의장을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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