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업무상 재해로 태아건강 손상 때 산재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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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9일 13시 43분


관련 소송 계류 중인 대법원 재판부에 의견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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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태아건강 손상도 산재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아울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담당 재판부에 “1심처럼 태아의 건강 손상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태아의 권리 및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09~2010년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임신한 간호사들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취급한 뒤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동을 출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선천성심장질환 아동을 출산한 간호사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지난 2014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임신부와 태아가 유해한 약물에 노출돼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것처럼 보인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사유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인데, 출산 이후에는 어머니가 아닌 출산아가 지닌 선천성 질병으로 바뀌므로 그 업무상 재해는 원고들과 독립된 법인격체인 원고들의 자녀에 대한 질병”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모성보호와 여성근로의 특별보호, 국제인권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정 목적을 고려할 때,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심장에 선천적 문제가 있더라도 일부 질병 특성상 출산 후 진단될 수 밖에 없고, 태아가 모체와 분리될 수 없는 동일체인 점을 고려할 때, 1심과 같이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유산과 사산·미숙아출산·선천성장애 또는 질환아출산을 다르게 대하는 사회적 관행과 관련해 1심에서는 “모성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측면에서 유산, 유산증후와 태아의 건강 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태아의 건강도 유산이나 유산증후만큼 우선 보호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유산 및 유산증후의 경우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 완전성을 해해 근로능력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태아건강손상에서 비롯한 선천질병을 가진 자녀 출산은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와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임신부는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상 많은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하면 경제적, 정신적 고통 등을 겪고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유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태아 건강손상의 경우 형식적으로 법을 해석해 유산과 다르게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귀책사유 없는 여성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차별 소지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이 소송은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을 출산한 여성근로자와 아동의 전 생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인권 보호 및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여성근로자의 모성보호와 기본권 신장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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