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다보스포럼 간 메르켈 “세계화 한배 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0일 03시 00분


1월 22일(현지 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5일 막을 내렸습니다. 다보스포럼은 독일 태생의 클라우스 슈바프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입니다. 매년 다보스포럼에 세계 각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 관료, 경제계 인사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정치, 경제, 문화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합니다.

이번 49차 연차 총회에는 64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40여 개 국제기구 대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경제계 거물급 인사 등 30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올해 연차 총회의 주제는 ‘세계화 4.0―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지배구조 구축’이었습니다.

증기기관에 의한 공장 기계화를 1차 산업혁명이라 한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대를 의미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열린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인류 공동체의 협력을 위한 자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다보스포럼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불참으로 김이 빠졌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게다가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에 대해 어느 때보다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고 합니다. 개막식은 주요국 국가원수의 기조연설 없이 슈바프 회장의 환영사와 울리히 마우러 스위스 대통령의 특별 연설로 대체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불참했고, 브렉시트 해법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노란 조끼 시위로 위기에 몰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빠졌습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와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의 존재감이 커 보입니다. 다자주의 진영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23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각국은 편협한 국가 이해관계를 넘어서 다른 국가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며 디지털화, 기후변화, 난민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다자주의적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퓰리즘 세력에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시진핑 대신 참석한 중국의 왕치산 부주석도 “세계적으로 일방주의, 보호주의, 포퓰리즘이 점진적으로 만연하는 속에서 다자주의가 도전을 맞이했다”고 주장하며 메르켈과 같은 쪽에 섰습니다.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총재는 “우리 모두가 세계화된 세계에서 한배를 탔다”면서 “세계화는 현실이고 그것을 멈출 수 없는 만큼 이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화 과정에서 확대된 빈부 격차 해소, 4차 산업혁명의 협력 틀 마련이라는 과제 앞에 서 있는 인류가 자국우선주의와 다자주의 세력으로 분열돼 긴장이 팽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다보스 포럼#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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