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 포장 OUT]<2> 포장쓰레기 줄이기 나선 유통업계
“손님, 이 비닐에는 물건을 담아 가실 수 없습니다. 종량제 봉투를 사거나 장바구니를 쓰셔야 해요.”
26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세면용품을 산 40대 여성이 계산 후 투명한 비닐에 물건을 담으려다가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이 여성이 가져온 비닐은 과일코너 옆에 비치된 일명 롤비닐. 이달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지만 롤비닐은 예외로 허용했다. 생선이나 과일, 채소 등 수분이 있는 상품을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닐봉투가 사라지자 롤비닐을 비닐봉투 대용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유통업체가 바뀌자 유통방식이 달라져
이마트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장에 비치한 롤비닐을 20개에서 8개로 확 줄였다. 대부분의 상품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으로 포장돼 있어 낱개로 물건을 담을 일이 적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7개월간 줄인 롤비닐 양은 1만4786kg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2% 줄였다. 줄인 비닐을 넓이로 환산하면 여의도 면적의 2배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지난해 11월부터는 비닐 크기도 기존 대형(35×45cm)에서 소형(30×40cm)으로 줄였다. 다음 달에는 비치한 롤비닐 개수를 더 줄여 연간 1억 장가량의 비닐을 줄일 계획이다. 전국 이마트에서 사용하는 롤비닐이 현재 연간 2억2000만여 장이니 전체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자체적으로 비닐 사용량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입점 상품의 비닐 포장을 절감하는 ‘리패키지(repackage)’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묶음 포장’ 줄이기다. 당시 우유는 900mL들이 2개를 묶어 손잡이까지 있는 비닐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마트의 설득에 우유업체들은 폭 5cm가량의 비닐 띠로 우유 2개를 묶는 것으로 포장재를 대폭 줄였다. 이후 우유업체들은 아예 생산라인을 정비해 이마트뿐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에 납품할 때도 비닐포장 대신 비닐 띠를 활용했다. 유통업체의 노력으로 전체 유통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 과대 포장 줄이기는 ‘현재 진행형’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포장검사시스템’ 사이트(pack.recycling-info.or.kr)에 들어가면 ‘포장정보공개’라는 코너가 있다. 여기에 포장정보를 공개한 업체는 이마트가 유일하다. 대다수 업체는 포장정보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마트가 모든 상품의 포장정보를 공개한 것은 과대 포장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이다.
이마트도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포장은 제조업체들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10년 이마트는 시리얼의 종이상자가 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고 용량은 그대로 두고 포장을 작게 하자고 해당 업체들에 제안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상자가 작아지면 소비자들이 용량도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이마트가 첫 제안을 한 지 4년 만인 2014년 시리얼 업체들은 양은 그대로 두고 상자만 작게 만든 ‘에코 패키지’를 제작해 납품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업체들의 우려대로 소비자들은 같은 용량이 담긴 큰 상자를 집어 들었다. 이후 에코 패키지는 점차 판매대에서 사라졌다.
과자류도 일부 업체와 협업해 포장을 작게 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역시 포장이 큰 경쟁사의 매출이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친환경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몰라주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며 “다만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만큼 에코 패키지를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상품의 재활용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생수 페트병 뚜껑을 기존의 파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꿨다. 유색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초록색인 매실 음료병도 투명한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이마트 측은 “올해를 자원순환 확대 실천의 해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이면서도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 유통업체들의 최대 숙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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