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광주비엔날레와 5월 단체가 5·18 사적지 제23호인 옛 국군광주병원의 원형을 훼손해 만든 작품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8 광주비엔날레’ 전시작에 이용된 옛 국군광주병원내 ‘거울’ 60여장의 사용 동의를 두고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동의’를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는 입장이고, 5월 단체는 공간에 대한 협의만 있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재단은 ‘5·18사적지 거울 60장 떼내 작품전…원형훼손·방치 논란’ 등의 <뉴스1> 보도(1월29일자)에 대해 해명자료를 냈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3월19일 5·18 기념재단,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과 전시작품 설치에 대한 협의 후 현장방문을 했다. 4월18일엔 김수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 국장을 비롯한 정춘식 5·18 유족회장과 김후식 5·18부상자회장, 양희승 5·18 구속부상자회장 등과 협의한 뒤 같은 달 27일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측은 전시공간 사용 허가를 위한 공문을 시에 보냈고, 지난해 7월6일 작품설치 및 철거시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9월6일부터 11월11일까지 비엔날레 기간이었는데, 당시 5·18 단체를 초정해 전시관람을 해주었다”며 “현재 내년 5·18 40주년 기념행사에 재전시 할 것인지를 놓고 광주시과 논의중이어서 작품을 (옛 국군광주병원 국광교회에) 그대로 설치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5월 단체는 옛 국군광주병원내 국광교회에서 ‘거울의 울림’이란 주제로 작품전시회를 개최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동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소만 협의했을 뿐, 병원내 거울을 떼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옛 전남도청 등 5·18 사적지의 원형보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옛 국군통합병원 본관 건물에 부착돼 있는 거울 60장을 떼내는 것에 동의해줬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춘식 5·18 유족회장은 “거울을 떼내 작품을 만들라고 동의해 준 적이 없다. 회원 모두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는데, 사적지를 훼손한다는 말이 되느냐”라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도 “5·18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공간이다. 거울 하나도 당시 시대를 알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인데 이를 떼어내 전시를 했다니 믿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거울의 울림’은 영국 설치미술 작가인 마이크 넬슨과 태국 영화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4명이 제작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상처받았던 광주시민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하기 위해 병원 본관 건물에서 거울 60여장을 떼어내 작품을 만들었고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기간 옛 국군광주병원 국광교회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해당 거울은 구 국군광주병원에 각 병동마다 설치돼 있던 다른 형태의 거울로 거울의 크기도 다르고, 내용도 각기 다르게 돼 있다.
작품을 만들 당시 떼어낸 거울을 복원하는 조건이었지만 현재까지 복원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편 옛 국군광주병원은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98년 1월 12일 5·18사적지 23호로 지정됐다. 면적은 9만4095㎡(2만8463평)로 병원 본관과 위병소, 국광교회, 정비고 등 36동의 건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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