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폭로 손배소송 최후 변론… “눈으로 안본걸 조작하겠나”
“이 재판에는 저를 포함해 문화예술계 모든 여성들,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권력으로, 오랜 관행의 힘으로 약자의 성을 착취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원고 고은의 오랜 성추행에 대해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지길 빕니다.”
고은 시인(86)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폭로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58)은 30일 결심 공판 최후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고 시인은 최 시인과 그의 폭로를 보도한 본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 시인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저는 1994년 늦봄경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 술집에서 원고 고은 시인이 의자 위에 누워서 저희들한테 ‘야, 니들이 여기를 만져줘라’는 걸 분명히 보고 똑똑히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일보에 제보할 때도 원고를 징벌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유언장 쓰는 기분으로 저 자신을 위해 썼다”라고 말했다.
고 시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그때 당시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의 각 진술, 블로그 글 외에 구체적인 증거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시인 측 변호인은 “최 시인이 직접 눈으로 보았고 고 시인과 원한 관계도 없다. 보지 않은 걸 조작할 이유도 없다. 동아일보는 원고에게 반론권을 보장했지만 고 시인은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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