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청장들은 이날 오후 시청사에서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를 열고 시·구 기술직 공무원 통합인사 문제를 다뤘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주도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조 구청장은 기술직인 도시관리국장(건축 4급) 임명과정에서 서울시와 협의했지만 시는 조 구청장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협의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발한 조 구청장이 승진 내정자를 자체적으로 발표하자 시는 서초구를 올해 기술직 통합인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통합인사 대상에서 배제되면 서초구에 있는 기술직 공무원들의 승진과 전보에 차질이 있다는 점에서 시의 이번 조치는 서초구에 대한 ‘길들이기’ 성격이 없지 않다는 평가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간 기술직 통합인사는 20년간 이어져왔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1999년 7월부터 ‘시·자치구 인사교류 및 통합인사합의서’에 따라 전산직과 기술직 공무원의 승진과 전보 인사를 통합해 실시하고 있다. 행정직보다 자치구별 인원이 적은 기술직군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는 기술직 인사 시 서울시와 사전에 협의해왔다. 자치구들은 사전 협의를 전제로 기술직 인사를 사실상 서울시에 위임해왔다. 그 결과 인사의 주도권이 서울시로 넘어가버렸다는 것이다.
조 구청장이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다른 구청장들이 동조했다. 구로구와 성동구, 양천구 등이 발언해 조 구청장을 옹호했고 다른 구청장들도 동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구청장들은 그간 서울시가 기술직 통합인사권을 독점하면서 자치구에 불이익을 줬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서초구 관계자는 “25개 자치구에서 일하는 기술직은 승진이나 근무성적평정 등과 관련해 시에서 일하는 기술직에 비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가 기술직 인사를 하면서 8대2, 6대4 비율로 서울시 근무 직원을 우선 승진시킨다”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서울시로 다 빼가고 신규를 자치구로 배치한다. 근무가점을 줄 때도 서울시에 있는 기술직에게는 S등급을 주고 자치구는 그 아래 등급을 준다. 왜 각 구에서 고생하는 기술직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기술직 통합인사가 구청장의 소속정당에 따라 일종의 ‘버르장머리 고치기’로 악용된 측면도 없지 않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신연희 구청장 재임 시절 강남구가 2015년 5월 한전 부지 개발을 담당하는 도시계획과장 직위를 독자적으로 임기 2년의 개방형으로 바꾼 뒤 서울시와 강남구의 기술직 통합인사가 중단됐다. 통합인사 중단은 신 구청장 임기 내내 이어졌다. 시와 강남구의 기술직 통합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순균 청장이 취임하고 나서야 비로소 재개됐다.
이번 서초구에 대한 기술직 통합인사 중단 역시 정당에 따른 차별대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6년 민주당 소속인 이성 구로구청장이 이번 서초구(자유한국당 소속 조은희) 사례와 비슷한 성격의 협의를 거쳤을 때 시는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구청장들은 이날 회의 말미에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만장일치로 요구했다. 2010년에 서울시와 자치구청장들 사이에 작성된 기술직 통합인사 합의서에 따라 기술직 인사 시 각 구청장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구청장들은 다음달까지 시·구 인사운영협의회를 열자고 시에 요구했다. 서울시에서는 행정1부시장과 행정국장이 참석한다. 자치구에서는 구청장협의회장인 성장현 용산구청장과 성 구청장이 추천하는 구청장 4명이 참석한다.
이처럼 구청장들이 한 목소리로 시를 성토했지만 정작 시는 기술직 인사권을 놓을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시 관계자는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직렬과 직급별 생각과 유불리가 다르다”며 “시와 자치구에 있는 기술직 직원 1만명이 관련된 사안이라 쉽게 결론이 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년 동안 시·구 기술직 통합인사를 운영해왔다”며 “통합인사가 구청장에게 불리한 게 아니다. 구청 기술직의 승진 폭을 넓힐 수 있다. 기술직 자체가 일반 행정과 달리 업무협조가 중요하다. 인허가 등 부분이 일반 행정과는 달라서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합인사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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