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생 안전을 강조한 직업계고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제도 도입 1년만에 참여기업을 늘리기 위한 보완 방안을 31일 내놓자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장실습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순기능을 살리되 기업을 견제하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날 참여 기업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실습생 권익보완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모든 직업계고에 노무사를 배치해 상담·자문을 얻게 했고, 수당 현실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현장실습생의 유가족들은 모임을 발족하고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저임금 노동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달아 발생한 사망 사고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을 검증했다가, 취업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현장실습 기업 검증 절차를 완화한다면 다시 안전 위험이 높아진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장실습 폐지는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직업계고등학교에서 취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순기능이 분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현장실습이 교육과 노동 사이 균형을 이루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기업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우선 현장실습생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현재 현장실습생은 기업과 근로계약 대신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한다. 실습수당이나 처우 관련 협의도 직업계고와 교육당국이 몫으로 맡겨져 있어 개별 사안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중등직업교육협의회 조용 회장(경기기계공고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학생들이 일할 때는 근로자로 인정하자는조항을 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이 곧 배움이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근로자로 인정하고, 그 동안 근로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 최저임금 등 연계된 문제는 첫 1~2개월은 75% 선으로 두는 등 충분히 예외로 협의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체 현장교사의 권한과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현장기업교사가 실습생 5m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고 가르친다”며 “우리 역시 그같은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취약한 국내 토양과는 거리가 있지만, 독일처럼 현장실습생들 역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독일의 경우, 각 노동조합이 현장실습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체협의 과정에서 고용주 협회와 직업훈련 계약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짜고, 직업훈련 급여 수준을 결정하며, 휴가일수와 수습기간을 정한다. 실습생이 직업교육을 이수한 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경우 역시 단체협약에 포함될 수 있다. 실습생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 직업교육이나 사회법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문도 구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저임금 노동 대안으로 현장실습을 쓰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교육기능을 강조하는 안이 항상 균형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을 배정하고 노동청이 지도·감독하며,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등의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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