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 술집-노래방 만남… 참가비 걷은뒤 사라지는 일 잦아
게임 벌금 물리는 조직적 사기도, “제발 잡아달라” 靑청원 올라와
지난해 11월 ‘방팅(방에서 하는 미팅)’에 참가했던 윤모 씨(40)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방장 A 씨가 약속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 모인 방팅 참가자들에게 “참가비 3만 원씩을 내라”고 한 뒤 돈만 걷어 사라져버린 것이다. 당시 참가자는 윤 씨를 포함해 남자가 4명, 여자 3명으로 모두 7명이었다. A 씨는 6명한테서 모두 18만 원을 걷은 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뜬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방팅’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다. 만나는 장소는 술집, 노래방, 모텔 등으로 다양하다. 2000년대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방팅 문화는 최근까지도 ‘스카이러브’ 등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의 한 방팅 모집 사이트에는 ‘오늘 밤 10시 신림역 방팅 가즈아’, ‘술 한잔하실 분만 오세요’ 등 여러 시간대와 형식의 방팅 모집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점에서 진행된 방팅에서는 참가자들이 모이자마자 방장 전모 씨(38)가 참가비 3만 원씩을 걷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참가비만 걷고 도망을 가는 경우가 많다던데…”라고 하자 전 씨는 “사기 방팅이 많다는 건 아는데 오늘 우리는 여자들이랑 재밌게 놀려는 자리”라며 안심시켰다.
방팅에서는 평소 알고 지내며 한통속인 일당이 다른 참가자들을 속이고 금전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일당들끼리 짜고 술값을 내지 않은 채 하나둘씩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내기를 하자면서 특정인이 계속 지도록 유도해 벌금 형식으로 돈을 뜯어내는 식이다. 여성 참가자를 경매에 부쳐 높은 액수를 부르는 남성에게 1일 데이트 권한을 주는 ‘경매팅’에서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남성이 액수를 잔뜩 높여 놓은 뒤 돈을 받은 여성과 함께 달아나는 일도 종종 있다.
방팅 참가자들은 서로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모임에서 피해를 봐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방팅 참가자들은 대부분 별명이나 가명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윤 씨도 참가비를 챙겨 달아난 방장 A 씨를 고소하지 못했다. 그 대신 윤 씨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술 방팅 상습사기단을 잡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방팅 사기의 경우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