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논란이 지난해 12월20일 처음 발생한 이후 군사교류 축소 등 양국 군 당국 간 매듭이 꼬인 가운데 해법이 묘연한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해 12월21일 한국 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P-1초계기를 향해 쐈다고 주장한 이후 동영상과 레이더 탐지음을 공개하는 등 적극 공세를 펼쳤으나 최근 들어서 일방적으로 협의 중단을 선언했다. 일종의 ‘무시 전략’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P-3 초계기 위협비행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일본은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적절히 운용되고 있었다’며 우리측 발표를 부인할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계속해서 일본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더 이상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치킨게임’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행위들로 우리 함정에 위협을 줄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그 속에는 아베 내각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계산된 도발과 대응이라는 것이 군 안팎의 분석이다. 여론을 결집해 군사력 강화나 평화헌법 개헌에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일본 측이 우리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STIR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군사 전문가는 “일본 측이 여러 차례 근접위협 또는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우리 측 사격통제용 추적레이더(STIR)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에 대해 STIR를 쏘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일본은 명확한 증거 없이 이를 반박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측 STIR 탐지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일본은 실무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1일 실무협의와 관련해 앞으로 협의를 계속해도 진실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협의 중단을 선언했다.
꽉 막힌 초계기 갈등 상황에 일각에선 미국이 중재 역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한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미국은 2013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었던 레이더 갈등 당시 중일 간 지지부진한 공방이 이어지자 중재에 나선 바 있다.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이번 논란을 당사국인 한일 간 협의로 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재 의사가 있다면 한미일 협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풀리자마자 국방·외교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면서 한일 간 갈등을 조율하려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스 대사가 부임 직전까지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던 해군 제독 출신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우리 군함에 저공위협비행을 하며 불거진 양국의 갈등 상황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말 한미일 외교 당국자들의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이 진행되면서 미국이 이를 계기로 3국이 초계기 도발을 계기로 심각해진 한일 관계에 출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번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미국이 이번에 개입해서 문제를 중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미국의 개입이 없을 경우엔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접촉이나 대화 기회를 통해 한국과의 신뢰 양성을 꾀하겠다. 전체 상황이 정돈되면 ‘하이레벨’(고위급)에서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이는 일본이 한국과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친 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등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단 의미로도 해석된다.
27일부터 양일 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차 풀러톤 포럼’에서 예상과 달리 별도로 한일 간 차관급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머지않아 일본측이 국방장관 회담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일본측과 대화의 문이 닫힌 상황에서 당장 한일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지만 제안이 올 경우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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