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대와 달리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며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최초로 3선에 당선되고, 자치구와 서울시의회 민주당 압승을 이끌며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여의도 정치를 거치지 않고, 박 시장이 대권주자로서 새로운 길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정치권 안팎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박 시장은 최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2%를 기록했다. 3선 당선 이후 줄곧 7~8%대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전형적인 한국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 정책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박 시장은 민선 7기 대표 정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섰지만, 번번이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당선 후 첫 행보로 나선 무더운 여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부터 여론은 싸늘했다.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을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취지와 달리 대권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시장이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내놓은 실행 방안 또한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정 여론이 일면 곧바로 정책을 뒤엎는 행보도 시민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싱가포르 출장 중 발표한 ‘여의도·용산 통개발’은 서울 집값 과잉 현상의 원인자로 지목되며 무기한 보류했다. 또 최근 을지면옥 등 생활유산을 보존한다는 취지로 일대의 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꺼내는 등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잘못된 게 발견되면 바로 시정을 하는 게 맞는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이 8년차 베테랑 시장에게 바라던 모습과 거리가 다소 있다. 오히려 ‘신중하지 못했다’, ‘조급하다’는 인상만 남겼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정책을 전면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나선다고 시민들이 ‘소통을 잘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때로는 반대 여론을 뚫고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준 박 시장의 소신과 강단이 문재인 정부 들어 존재감을 잃은 것도 오히려 독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박 시장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하며 서울시의 적극 대응을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16년 당시 19~29세 미취업 청년에게 최대 6개월 동안 매달 5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수당 정책 시행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었을 때도 소신을 굽히지 않아 ‘청년 정책에 힘쓰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박 시장의 매력은 사라졌다. 박 시장이 시행한 서울시의 많은 정책이 전국화됐지만, 박 시장에게 돌아온 ‘정치적 자산’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과 노동을 중시하는 박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미지를 어떻게 차별화할 지 과제만 떠안았다.
또 같은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다 보니 국민들의 피로감은 날로 커졌다.
신 교수는 “정치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현정권에 저항하거나, 현정권의 유난한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박 시장은 이도 저도 아니고 오히려 정권에 파묻혀간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시장이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과 차별성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대권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대표적인 정책 1~2개를 만드는 것도 절실해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발표 등을 보면 박 시장이 정책의 우선 순위를 혼돈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박원순 만이 할 수 있는 1~2개의 대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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