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날 스테로이드 약물을 한번 사용했는데 근육이 커지고, 수분이 빠져 몸매가 날렵해 보여서 좋았어요. 이후에도 계속 썼더니 점점 성욕이 떨어지고 결국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어요.”
최근 전·현직 피트니스 선수들이 약물로 몸을 키웠다고 폭로하는 ‘약투’ 영상이 퍼지면서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과 치료법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김진욱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남성호르몬을 이용해 몸을 키운 사람들이 정자 생성중단(고자), 발기부전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성 기능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약물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은 ‘안드로제닉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drogenic Anabolic steroid)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이 주성분이다. 근육은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데 스테로이드는 단백질을 빨리 합성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이 커지게 된다. 다만 여드름 등 피부질환 치료제로 우리에게 친숙한 ‘코르티코이드 스테로이드’ 연고와는 성격이 아예 다르다. 스테로이드는 성분과 작용기간에 따라 종류가 수백여 가지에 이른다.
원래 남성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고환을 자극해 분비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계속 남성호르몬이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는 더이상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이 회로를 차단해버려 성기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단기간 약물을 투여한 경우는 약을 끊고 수개월에서 1년까지 기다리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투여한 경우에는 결국 정자 생성이 멈춰버리게 된다.
물론 이같은 스테로이드가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중장년층 남성 갱년기 환자, 선천적으로 남성 호르몬 분비가 적은 ‘불임 환자’ 등에게 소량만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슴이 커지는 ‘여유증’,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 등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은 사람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스테로이드는 보통 주사기로 본인이 직접 놓기 때문에 한 부위에 주사를 계속 맞게 되면 피부가 쪼그라들고, 딱딱해져 결국 썩게 된다. 일회용인 주사기를 여러 번 쓰고, 돌려쓰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패혈증에 걸려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일반 피부과 치료도 잘 듣지 않고, 성인 여드름이 점점 심해지게 된다. 하지만 원형탈모는 약물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보다 몸매를 가꾸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내분비계에 이상이 생겨 온몸이 망가지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장애’가 생기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이 완전히 망가지고, 뇌하수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후 전신이 붓고, 복부에 빨간색 선이 생기고 지방이 차는 ‘쿠싱 증후군’이 발생한다. 쿠싱 증후군은 우울증, 수면장애, 혼돈 등 정신질환도 유발할 수 있어, 방사선 치료, 뇌 절제술 등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도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커지지 않을 내장 근육도 커져 배가 튀어나오게 돼 미용적으로도 좋지 않다”라며 “여성의 경우 콧수염, 생리중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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